방송 제작 스태프, 10명 중 한 명꼴로 "성관계 등 요구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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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제작 현장의 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방송 제작 스태프 10명 중 한 명꼴로 직접적인 성관계를 요구받거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도록 강요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계갑질 119 및 방송스태프노조 준비위원회는 18일 '2018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해당 실태조사는 2월 14일부터 3월 2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설문조사한 결과로, 총 223명(남성 14명, 여성 209명)의 방송 스태프들이 조사에 참여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223명)의 89.7%(200명)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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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스태프들이 가장 많이 당한 성폭력 피해는 외모에 대한 비유나 평가였다. 응답자 중 70.4%가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다음(기타 제외)으로는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57.8%)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자리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49.3%) ▶신체 접촉을 하거나 접촉을 하도록 강요받은 행위(43.9%)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보거나 성적 사실관계를 묻는 행위(각각 25.1%) 순이었다. 특히 직접 성관계를 요구받거나(13.9%)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만지도록 강요한 경우(12.6%)도 10명 중 한 명이 겪었다.

성폭력 발생 장소로는 회식장소(44.7%)가 가장 많았고 방송제작현장 내 개방된 장소(24.1%)가 그다음이었다. 성폭력 피해자의 80.4%가 참고 넘어간다고 답했는데 이에 대한 이유는 불안정한 고용형태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방송계갑질119의 김혜진 활동가는 “방송계 환경 자체가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띠고 있는 스태프들에게 폭력적"이라며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전담창구를 설치하고 방송사 사규에 성폭력 관련 지침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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