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 자리 요구한 댓글 조작범…그 요구를 靑에 전달한 김경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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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설명을 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설명을 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기자회견에서 구속된 김모(49ㆍ필명 ‘드루킹’)씨가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사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탈락시켰다는 게 김 의원의 해명이다.

김 의원은 “일부 일탈행위의 배후에 제가 연루돼 있는 것처럼 악의적 정보가 흘러나온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설명대로라도 김 의원이 김씨와 보통 관계가 아니었다는 관측이 나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①“청와대에 일본통 변호사 추천”=김씨는 지난해 5월 대선이 끝난 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찾아와 자신이 이끄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회원으로 알려진 대형 로펌 소속의 ‘일본통’ 변호사를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경력을 보니까 대형 로펌에 있고 일본 유명 대학을 나온 전문가라서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전달은 하겠다’고 해서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연말이 되기 전에 (청와대로부터) ‘총영사 자리는 일반 영사와 달리 최소한 정무적 경험 있거나 외교 경력 있는 분이 가야 될 것 같고, 이 분은 그런 점에서 모자라 어렵다’고 연락 받았고 (김씨에게)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때부터 김씨는 ‘(경공모) 회원도 많은데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면 어떻게 할지 보여줄 수 있다’는 반위협적 발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그 와중에 (청와대) 행정관 자리를 자신에게 달라는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도 해서 거리를 뒀는데도 집요하게 올 2월까지 의원회관을 찾아와 오사카 총영사 요구를 계속했다”며 “이거는 ‘좀 안 되겠다’ 싶어 제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2월말 (김 의원이) 김씨에게 압박을 받은 뒤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서 백원우 민정비서관에 연락해 왔다”며 “백 비서관이 추천받은 사람(변호사)을 (지난 3월초에) 청와대 연풍문 2층(접견실)으로 불러 한 시간 가량 만났는데 여전히 인사 문제나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특별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②“텔레그램 메시지 삭제”=김 의원은 대선 때 김씨의 활동을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보고했는지에 대해 “자발적 지지 모임은 제가 관리하기도 하고 캠프에서 (관리가) 이뤄졌기 때문에 일일이 후보에게 보고하는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당시 들어오는 수많은 문자를 일일이 확인하는 건 불가능”이라고 거듭 말한 뒤 “선거 당시 수많은 문자 메시지, 텔레그램 대화방을 그대로 두고는 정상적 의정활동이 어렵다. (텔레그램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했다. 그러고는 “(삭제된 내용은) 경찰에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고,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드루킹에게 기사 링크 등을 보내 작업을 요청했는지에 대해선 “그런 기억은 전혀 없다”면서도 “홍보하고 싶은 기사가 올라오면 사적 인연이 있는 분들에게 보냈는데, 그렇게 보낸 기사가 혹시 드루킹에게도 전달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드루킹이 댓글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파주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변선구 기자

드루킹이 댓글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파주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변선구 기자

③남은 의문점=김 의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추천한 인사를 김 의원이 왜 청와대에 전달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야당에선 “그만큼 김 의원이 김씨와 밀접한 관계였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대선 이후 (김씨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초청 강연을 하고 싶다고 해서 안 지사 측에 소개한 적 있다”고 말했다. 또한 파주에 위치한 김씨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김 의원이 두 차례나 방문한 것도 이례적이다.

허진·성지원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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