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자문회의 '옥상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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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와대는 과학기술정책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자문회의)를 대폭 확대 개편해 사실상의 정책조정기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현재 민간인 11명으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4개 관계 부처 장관 등 30여명이 참여하며, 특히 사무처장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이 맡도록 하는 안을 법제화하기 위해 대국회 접촉을 진행 중이다. 이미 자문회의는 지난 5월 산하에 1, 2조정관실을 설치했으며 국책 사업인 '차세대 동력사업'에 대한 정책조정을 주도해 월권 시비를 낳고 있다.

이 같은 청와대 안이 실행될 경우 현재 과학기술정책의 심의.조정을 담당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와 과학기술부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과위 당연직 간사는 과기부 장관이며 과기.정통.산자부 등 13개 관계 부처 장관 등 25명이 위원이다.

이 같은 방안은 청와대 김태유(金泰由)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주도해 추진 중이며 자문회의가 헌법에 자문기구로 명시돼 있어 정책기능 수행은 위헌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金보좌관 명의로 과기부에 보낸 공문에는 청와대 비서실장.정책실장 및 과학기술보좌관 등이 자문회의의 당연직 위원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따지기 위해 金보좌관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의원은 7일 "청와대 안이 통과되면 자문기구가 실질적인 정책결정기구화되며 국과위는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박승덕(朴勝德)부회장도 "자문회의는 민간인들로 구성된 순수한 자문기구로 남아야 한다"며 "과총 차원에서 적극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金보좌관은 "자문회의와 과기위는 전혀 다른 기구며 개편은 자문회의의 확대가 아닌 기능 정상화"라고 주장한 뒤 "과기부 장관이 간사인 국과위에선 공정한 정책조정이 어렵다고 타부처에서 불평, 차세대 동력사업 조정을 자문회의에서 맡게 됐다"고 해명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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