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이 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한 1심 재판에 대해 항소하지 못한다.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상급심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의미로 내는 항소장은 선고일로부터 7일 안에 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은 지난 6일 내려졌기 때문에 13일이 항소장을 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아직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인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의사를 파악하려 이날까지 기다리고 있다. 조현권 변호사는 선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하지 않는 이상 자동적·의무적으로 항소한다"고 했지만 닷새 뒤엔 "박 전 대통령이 국선전담변호인들의 서면에 답을 안 하고 있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항소장 제출 마감일인 13일이 되자 "일체 언급 않기로 변호인단 내에서 합의했다"며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4년'이 부당하다 생각해 항소를 하고 싶어할까, 아니면 재판처럼 항소도 정치적 항의 표시로 거부하고 싶어할까. 박 전 대통령과 소통이 되는 유일한 외부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선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을 만났지만 "항소 여부 같은 문제는 이날 전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유 변호사가 "항소 문제를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한 말로 미루어 보면, 항소를 안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선변호인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의사를 몰라도 항소장을 낼 수 있다. 형사소송법 341조에 따르면 항소장은 '피고인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변호인·대리인·배우자·친족·형제자매 등 다른 사람이 낼 수도 있다. 국선변호인들이 일단 항소장을 내고, 박 전 대통령이 정 원치 않으면 취하하는 방법도 있다. 항소 취하서를 내거나 법정에서 구두나 서면으로 '명시'하면 된다.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하지 않는다고 재판이 끝나는 건 아니다. 지난 11일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항소장을 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2라운드'를 시작한다.
항소를 안 하면 적극적으로 방어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감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검찰만 항소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재판부가 보기에 1심 판단 중 너무 잘못됐다고 보이는 점이 있으면 직권으로 살펴볼 수 있다. 그 결과 1심에서 유죄로 본 부분이 깨진다면 2심 형량은 낮아질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직권조사를 하려면 1심이 법령 적용을 잘못했다거나, 조문이 틀리게 적용됐다거나, 법령해석의 착오가 있었다는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구속이 연장된 이후 자신이 선임했던 변호인들을 모두 해임하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법원이 붙여준 국선변호인들과는 결국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도 이런 태도를 유지한다면, 항소의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항소란 이런 점이 부당하고 저런 점이 잘못됐다고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항소심부터는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선고 사흘 전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선고를 생중계하지 말아 달라며 가처분신청서를 내기도 하고, 지난달 말에는 별도로 진행 중인 국정원 특활비 관련 재판에 의견서를 써내기도 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