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도 김기식에 등을 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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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사퇴하는 게 옳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그의 갑질과 독직(瀆職) 의혹, 그리고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위선에 국민도 등을 돌렸다. 어제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김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우군으로 여겨온 정의당도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당론을 정했다. 그의 친정인 참여연대마저 “… 비판받아 마땅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고… 매우 실망스럽다”며 선을 긋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의혹을 떠나 김 원장이 금융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생길 수 없다.

절반 이상이 사퇴 찬성한 여론조사 #검증 실패 민정수석 책임도 물어야 #특정 시민단체 국정 의존도 줄여라

청와대는 더 이상 김 원장을 비호할 생각 하지 말고 하루빨리 그의 사표를 받거나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야당들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반대할 때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며 국민의 뜻에 따를 것”이라며 임명을 강행했다. 당시 같은 리얼미터 조사 결과 강 장관의 임명 찬성이 62%였던 게 임명 강행의 근거였다. 이제 김 원장의 사퇴가 국민의 뜻임이 밝혀진 이상 그를 비호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 오히려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의법 처리해야 한다. 김 원장의 경질뿐 아니라 이번 파동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 실패에 기인한 만큼 조국 민정수석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김 원장의 의혹은 뇌물죄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까지 드러나고 있다. 언론이 추적한 것만 이 정도인데 검찰이 적폐 수사하듯 파헤칠 경우 어떤 범법 사실이 더 드러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검증에 재검증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도덕적 해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그것이 이미 여러 차례 검증에 실패한 이유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참에 국정 수행에 있어 특정 시민단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개선하는 게 좋다. 김 원장뿐 아니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등 요직에 참여연대 출신이 포진하고 있다. 조국 수석 역시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오죽하면 “노무현 정부가 ‘참여정부’였다면 문재인 정부는 ‘참여연대정부’”라는 우스개까지 나왔을까. 어느 특정 단체의 논리가 전체 시민사회를 대변할 경우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해칠 것이 분명하며, 이는 문재인 정부의 건전한 소통을 막아 결국 동맥경화에 이르게 하는 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 역시 특정 세력의 입김이 지나치게 컸기에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의 위법성 여부를 선관위 판단에 맡기자는 청와대 제안은 김 원장 임면 지속을 위한 꼼수다. 전·현직 국회의원 출장 전수조사도 야권에 대한 전면전 선포나 다름없는 것으로 국정운영에 걸림돌로만 작용할 것이다. 그것은 오만일 뿐이다.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리는 것이 문재인 정부에도 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