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김기식인데..." 금감원 간부에 간 큰 보이스피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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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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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지원장에게 금융감독원장을 사칭해 돈을 뜯어내려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12일 금융감독원 광주전남지원에 따르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주 금감원 광주전남지원장 사무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지원장이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김 금감원장과 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남성은 "나 김기식인데 서울대 지인이 호남대 강의를 끝내고 (광주 서구 광천동)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해 여수에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택시에서 지갑을 잃어버려 지원장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누군가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다.

지원장은 여비서를 통하지 않고 금감원장이 직접 전화한 것에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금감원장실에 연락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그 결과 그 시간 김 원장은 국회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 통화할 여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보이스피싱이라고 판단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발신자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했으나 착신이 금지된 휴대전화였다. 보이스피싱을 단속하는 금감원 간부를 상대로 한 '간 큰 보이스피싱' 미수 사건이었다.

지난해에는 광주지방국세청 산하 전주권 세무서장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산업의학과 교수'라고 소개한 남성의 전화 한 통에 50만원을 날린 일도 있었다. 당시 이 남성은 세무서장 집무실로 전화를 걸어 국세청 모 국장과 친분을 과시하며 '택시 안에 지갑을 놓고 내렸다'며 50만원을 빌려달라고 한 뒤 세무서장을 만나 돈을 받고 유유히 사라졌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권력기관 기관장을 상대로까지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특정인과 친분을 과시하거나 자신의 안타까운 상황을 내세우는 전화는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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