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사퇴 찬성 50.5%···文 "국민의 뜻" 발언 부메랑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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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중앙포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중앙포토]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지난해 6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야당이 위장전입ㆍ세금탈루ㆍ논문표절ㆍ부동산투기 등을 이유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할 때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고,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후 임명을 강행했다.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갔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당시 문 대통령의 ‘국민의 뜻’ 발언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김 원장의 사퇴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0.5%로 반대(33.4%)보다 많았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6.1%였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도 “김 원장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건 분명하다”며 사퇴해야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26.4%였다. 민주당 지지자의 57.9%는 “김 원장이 재벌개혁에 적합한 인물”이라며 사퇴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1.9%포인트 하락한 66.2%로 집계됐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2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12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뜻’ 발언의 근거가 된 것도 여론조사였다. 문 대통령이 발언하기 3일 전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강경화 후보자 임명 찬성이 62.1%로 반대(30.4%)의견의 두배 이상이었다.

당시 야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발끈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 말대로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없애고 들쭉날쭉한 여론 조사로 인사하고 국가 현안도 여론조사로 결정하면 될 일”이라며 “아무리 국민 지지도와 기대치가 높다해도 대통령이 해서는 안될 말”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대통령 인사권 정당화 수단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고, 김동철 원내대표도 "앞으로 국정운영은 여론조사로 하려고 하는가. 여론에 따라 야당의 주장도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뜻이냐"고  지적했다.

김 원장 사퇴 여론이 더 거세진다면 결국 김 원장이 자진 사퇴하거나 문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원장의 경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엿새째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2일에도 “(김 원장의 사퇴는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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