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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가치·블록체인·AI…보아오서 뉴패러다임 알린 기업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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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일 중국 하이난다오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연례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신화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일 중국 하이난다오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연례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신화통신]

'동주공제 풍우동주(同舟共濟 風雨同舟).'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어로 건넨 말이다. 최 회장은 '위기의 순간에 서로 손잡고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의미인 이 고사성어를 사회적 가치 확산을 강조하는 SK그룹의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 경영 전략을 시 주석에게 설명하는 데 활용했다. 이날 오전 10시 중국 하이난다오 국빈관 호텔에서 마련된 시 주석과 재계 인사와의 좌담회에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쉬리룽 코스코해운 회장, 셰궈민 태국 CP그룹 회장 등 글로벌 기업 대표 50여명이 참석한 이 좌담회에서 최 회장은 한국 기업 대표로 발언권을 얻었다. 그는 "시 주석의 국가 비전인 '인류 운명공동체'도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방법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주유소 등 대기업 보유 자산을 스타트업·중소기업과 공유하고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은 '인류 운명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의미 있는 실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 보아오(博鳌)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 한국 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이 행사에서 한국 기업인들은 전 세계 정·재계 인사와의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재계에 따르면 SK에선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이, 삼성은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과 홍원표 삼성SDS 사장, 심은수 삼성전자 전무, 한화는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등이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원 SK회장이 9일(현지시간) 중국 하이난다오 BFA호텔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2018.4.9 [SK그룹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최태원 SK회장이 9일(현지시간) 중국 하이난다오 BFA호텔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2018.4.9 [SK그룹 제공=연합뉴스]

올해 포럼에서 한국 기업인 중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한 사람은 최태원 SK 회장이다. 최 회장은 이번 포럼장을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실험' 홍보 마당으로 활용했다. 좌담회에서 만난 시 주석과 재계 대표들부터 일반 참가자까지 홍보 대상도 가리지 않았다. 그는 지난 9일 BFA(Boao Forum for Asia) 호텔에서 가진 조찬 강연회에서 구체적인 사회적 가치 실험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측정해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내부 회계 시스템(DBL·Double Bottom Line), SK 주유소 등 기업 자산을 사회와 나누는 '공유 인프라 사업', 대기업이 풀뿌리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 사업' 등이다. 행사장 내 마련한 SK 부스에서는 최 회장이 직접 집필한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 중문판 500권을 일반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참석자 중에는 최 회장에게 저서를 내밀어 사인을 받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최 회장은 11일 포럼 현장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올해는 오로지 사회적 가치란 경영 철학을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보아오 포럼에) 참석했다"며 "SK는 올 연말부터 (경영 실적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 실적도 평가할 방침이고, 이렇게 해야 (구성원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터디그룹을 함께 하자는 기업이 꽤 나타나는 등 상당히 많은 기업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중국 정부로부터도 우리가 축적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과 인공지능(AI)·핀테크 등 자체 개발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참가자들에게 알리는 데에 공을 들인 한국 기업인도 있다. 삼성SDS의 홍원표 사장은 10일 오후 블록체인 주제 세션의 패널로 참석해 금융과 물류·제조업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사례들을 설명했다. 인공지능 기술 홍보는 삼성전자가 맡았다. 심은수 삼성전자 전무는 11일 오전에 열린 '인공지능기술의 응용' 세션에 참석해 삼성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 현황과 방향에 관해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은 중국에서만 7000여명의 연구·개발(R&D)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인공지능 빅스비는 전 세계 사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AI 서비스가 됐다"며 "이번 포럼에서도 빅스비가 탑재된 갤럭시 S9 등 신제품을 전시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삼성SDS 판교 캠퍼스 글로벌 컨트롤 센터에는 고객 기업 화물의 실시간 위치와 화물의 온도와 습도·충격 등의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 화물에 부착된 사물인터넷(IoT) 통신장비가 이 센터로 화물 관련 데이터를 보낸다. [사진제공=삼성SDS]

삼성SDS 판교 캠퍼스 글로벌 컨트롤 센터에는 고객 기업 화물의 실시간 위치와 화물의 온도와 습도·충격 등의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 화물에 부착된 사물인터넷(IoT) 통신장비가 이 센터로 화물 관련 데이터를 보낸다. [사진제공=삼성SDS]

한화그룹에선 2016년 보아오 포럼의 '영 비즈니스 리더'로 선정된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3년 연속 공식 행사 패널로 참석했다. 김 상무는 11일 '블록체인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세션에서 전 세계 블록체인 전문가 15명과 블록체인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에 관해 토론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과 함께 이날 열린 시 주석과의 좌담회에도 참석한 김 상무는 "블록체인 기술은 초기 단계다 보니 좋은 인재와 기업이 모일 수 있는 건전한 생태계 구성이 중요하다"며 "시 주석이 강조한 '공평한 경쟁과 협력을 통한 혁신'에 깊이 공감했다"고 좌담회 참석 소감을 밝혔다.

한편 9일 열린 올해 보아오 포럼 총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맡았던 상임이사 자리를 맡게 됐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돼 외부 활동을 자제하게 되면서 올해 초 포럼 사무국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도년 기자, 보아오=예영준 특파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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