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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역사학자 “공무원 시험 출제자, 아무 생각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역사학자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사진 전우용 트위터]

역사학자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사진 전우용 트위터]

최근 논란이 된 2018 서울시 지방공무원 7급 필기시험 한국사 문제에 대해 스타강사에 이어 역사학자마저 “출제자들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역사학자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10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해당 문제를 보고 답을 몰랐다”며 “7급 공무원들이 공무원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역사지식이 어떤 것이어야 하느냐에 대한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가 언급한 문제는 민지의『본조편년강목』, 이제현의 『사략』, 원부·허공의 『고금록』, 이승휴의 『제왕운기』 등 고려시대 역사서 4개를 연대순으로 배열하는 것이었다. 13세기에 지어진 책인데다『고금록』과 『제왕운기』의 제작 연대가 3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지나치게 지엽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 교수는 “이건 출제자 스스로 장난치듯이 문제를 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걸 알아서 공무원 생활하는 데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며 “국어시험 문제 내면서 이미 안 쓰는, 알아도 아무 소용없는 단어로 문제를 낸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문제를 내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역사적 사고력과 상상력을 요구하는 문제로 난이도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건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기도 어려운 단순한 암기다. 강박적 취미를 갖는 사람이나 알 수 있는 것들”이라며 “시험 문제가 될 수 없는 문제를 냈다”고 봤다.

전 교수는 또 “응시자들이 승복할 수 있는 어려움이어야 한다. ‘이게 뭐가 중요해’라고 반응하는 것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학습 의욕을 꺾는다”며 “이런 출제는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최태성씨 역시 해당 문제에 대해 “저질 문제”라며 “출제자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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