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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 거부… 추석 정국 '오기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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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감사 종료(10월 11일)까지는 김두관 행자부 장관을 해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오기정치"(홍사덕 총무)라며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마주 달리는 열차의 형국이다.

盧대통령은 전에도 국정원의 고영구 원장.서동만 기조실장에 대한 한나라당의 해임 요구를 거부했다. 특검 연장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관 임명 제청 때는 청와대 참모들이 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했었다. 문화관광부도 최근 관련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립국악원장 인사를 강행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시끄러운가의 문제보다는 무엇이 옳은가가 중요하다"며 "(건의를)받아들이더라도 호락호락 받아들이지는 않겠다"고 했다. 원칙과 오기의 혼돈 속에 정국은 '강(强)대 강'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金장관 최대한 키워줄 것"= 盧대통령은 7일 낮 카키색 콤비 차림으로 불쑥 청와대 기자실을 찾았다.

盧대통령은 "金장관은 남해종고를 나왔다. 모범적인 군수를 했고, 성실하고 원칙을 지닌 사람이다. 학벌없는 사회, 보통사람들의 성공, 코리안 드림의 상징으로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임건의를 받게 되니 인간적으로 아쉽고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盧대통령은 해임 명분도 반박했다. "안 받아들이면 정국이 시끄러워질 것이고, 국민이 불안해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한나라당의 논리로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로선 국정감사 때까지 국회가 조금 압박해도 불편함이 없다"는 말도 했다.

이어 盧대통령은 "옛날 군사정권 시절에 안정을 주장하면서 국민에게 저항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그 당시 시끄러워도 저항했기 때문에 오늘이 있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도 이 점에 관해서는 좀 가부를 따져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실적인 논리도 댔다. "대통령은 장관이 부당하게 공격을 받고 흔들리는 데 대해 소신있게 지켜주는 최소한의 도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덜컥 굴복하면 장관들이 어떻게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고 국정을 운영하겠느냐"는 얘기였다. 盧대통령은 "새 장관이 와서 어떻게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국정감사를 받겠느냐"며 "새 장관은 왜 아무것도 모르느냐고 삿대질을 할 것이며 이렇게 무책임하게 국회를 운영해서는 안된다"고 톤을 높였다.

盧대통령은 이날 "건의안 가결 뒤 金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기에 내가 '그렇게 얼른 처리해버릴 문제가 아니다'며 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입각 전 총선 출마를 희망했던 金장관 본인도 갈 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생각을 도와주는 뜻에서 장관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盧대통령은 "정말 국회가 제대로 운영 안되고 법안.예산도 통과 안돼 국민이 피곤해지는 일이 생긴다면 그때 가서 결단해도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도 체면이 안 서는 만큼 없었던 것으로 하고 정기국회를 다 마치도록 해주면 그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盧대통령은 "金장관을 정치적으로 키워주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내가 키워줄 수 있으면 최대한 키워주고 싶다"고 했다.

金장관, 연일 한나라당 비난=金장관은 앞서 6~7일 계속 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해임건의안은 뒤숭숭한 한나라당 내분 수습용"이라고 주장했다.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단체장이 체질에 맞는다"면서도 "고향인 남해에서 논의한 뒤 결정하겠지만 총선에 나가려는 것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겠다"는 말도 했다. 정당에 대해서는 "개혁신당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창동 문화부 장관의 인사 파문=문화계도 오기와 오기가 충돌하고 있다.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진보인사인 김철호씨의 국립국악원장 임명을 강행하자 반대세력이 '코드 맞는 인물만 골라쓰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악과 교수 40여명은 "위촉통보를 받았던 일부 심사위원의 중도탈락 등 투명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임명 무효와 李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李장관은 "문화예술계를 예총과 민예총으로 나누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보통 심사위원의 2배수 정도에게 사전 문의한 뒤 최종 심사위원을 확정하는데 문의 단계를 위촉이라고 오해해 심사위원 탈락시비가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훈.김성탁 기자<choihoon@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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