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회용품 사용 세계 최고 … 쓰레기 대란 반복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일회용 컵 510개, 비닐봉투 420개, 포장용 플라스틱 62㎏.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연간 배출하는 재활용 쓰레기 양이다. 일회용 컵은 전국에서 한 해 260억 개가 쌓인다. 1인당 비닐봉투 사용은 환경선진국이라는 핀란드의 100배에 달하고,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은 세계 2위다. 부끄럽게도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번 ‘재활용 쓰레기 대란’에 대처하는 환경부의 졸속·뒷북행정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정도로 한심하지만, 이참에 우리 일상의 소비 습관들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선 쓰레기 대란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회용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왔다. 도심에서는 직장인들이 커피가 담긴 일회용 컵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풍경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가정에서는 수돗물은 못 믿겠고 정수기는 세척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정기 배달받는다. 주문한 배달음식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비닐에 꽁꽁 싸매진 채 일회용 수저와 함께 도착한다. 마트나 시장에는 비닐봉투가 널려 있다.

지금 선진국들은 일회용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덴마크·스웨덴 등은 플라스틱과 유리병, 캔 등에 보증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플라스틱 컵과 접시, 비닐봉지 같은 썩지 않는 일회용 제품을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모든 일회용 포장지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 포장지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국제 원자재가 하락 등으로 재활용품 처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쓰레기 대란을 막으려면 포장재·일회용품 배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 소비문화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국민도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이라면 생활의 작은 불편은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