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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김원일 나란히 연작성장소설 발표|문단에 신선한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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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8면

중견작가 김주영과 김원일이 최근 나란히 발표하고 있는 연작성장소설들이 문단에 화제가 되고있다.
김주영은 지난해 가을부터 계간『세계의 문학』에「시간기행」(87년가을호)「거울위의 여행」(겨울호)「땟국」(88년 봄호)「괘종시계」(여름호)등 4편의 연작중편을 발표하고있고 김원일은 계간『문학과 사회』여름호에 연작중평 「마당깊은 집」의 첫토막을 발표했다.
이들의 연작소설은 우선 80년대들어 주로 대하역사소설집필에만 몰두해온 두 작가가 오랜만에 내놓은 중편들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지만 그보다는 이 작품들이 두작가의 유년시절을 꾸밈없이 실사, 세계해석의 원형공간을 보여주는 자전적 성장소설들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의 소설들이 대부분 우리시대의 폭력과 그에대한 증오심을 다루고 있는데 비해, 이들의 작품은 저 캄캄하고 궁핍했던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기치 못했던 신선함」을 주고있다는게 문단의 반응이다. 또 이 소설들은 김주영과 김원일의 근래작품중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빨리 읽힌다는것이 중론이다.
김주영의 연작들은 6·25직전 작가의 고향마을을 무대로 10세안팎의 형(나)과 아우, 그리고 어머니가 엮어내는 가난하고 자질구레한 삽화들로 이루어졌다. 소년들의 세계는 날품팔이하는 어머니, 밥대신 먹었던 술비지, 교실마루밑의 캄캄한바닥, 깨어진 거울과 시계,「할로 추잉검 기부미」와 양코배기, 좌익으로 붙잡혀간 이발소주인등으로 뒤범벅된 낯설음과 무질서의 공간이며, 그 공간을지배하고 있는 정서는「울음」이다.
그 울음은 이 어린소년들이 세계(충격)와 부닥쳐 싸우고, 자신들이 앞으로 감당해나가야할 무수한 삶의 복병들을 예감하면서 성년의 대가로 받아야하는 세예에 다름아니다.『세계의 문학』가을호에 발표될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않는다」로 완결되는 이 연작에 대해 작가는『나는 누구이며 이 시대는 무엇인가에대한 오래된 갈증이 이 소설들을 쓰게했다』고 말한다.
김원일의 연작은 6·25직후 작가의 가족이 셋방살이를 했던 대구시절이야기를 다루고있다. 주인집이 사는 웃채와 셋방살이를 하는 아랫채 네가족이 일으키는 눈물겨운 삽화들로 이루어진 「마당 깊은집」은 소년 김원일에게는 축약시켜놓은 세계있고, 따라서 그곳의 체험은 작가 김원일의 세계해석의 뿌리였다.『삶과대결하는 방법을 나는 그때의 가난을 통해 배웠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문학평론가 정현기씨는『이들의 연작성장소설들은 두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존재값」에대한 질문이자 우리시대 내면사의 출발』이라며『특히 이 작품들은 최근 역사주의쪽에 치우치고있는 우리 소설문학이 그 정서적 근원을 찾아가는 뜻깊은 귀로가 될것』이라고 평가했다.<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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