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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가요시장 드라마 OST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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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가요 시장에 찬 바람이 분다. 그런데 드라마 OST만 봄날이다. 음반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며 드라마 OST가 질주하고 있다. 위부터 드라마 "다모" "슬픈 연가" "불량주부"의 OST 앨범 표지.

꽁꽁 얼어붙은 가요 시장에서 드라마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가 독주하고 있다. 지난해 음반 시장에서 드라마 OST가 차지한 비중은 무려 20%. 음반사들은 “웬만큼 얼굴이 알려진 가수들도 1만 장 팔기 힘들고 신인은 500장도 안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러나 드라마 OST는 수만 장씩 척척 팔린다”고 말한다. 도대체 인기의 배경이 뭘까.

◆ 팝송은 어디 갔지 ? = 4~5년 전만 해도 드라마 OST 출시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드라마에 깔리는 배경 음악과 주제가는 대부분 외국 팝송이었다. 요즘은 딴판이다. 외국곡은 아예 사절이다. 자칫하면 저작권 문제에 걸려 진만 빼기 십상이다. OST 전문 음반사인 노랑잠수함의 이정오 대표는 "드라마에 팝송을 사용하면 곡당 수천만원이 들고, 외국 메이저 음반사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통상 4~5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기존 국내 가요를 넣기도 부담스럽다. 가수에게 지급하는 가창료와 작곡가.작사가의 동의서 등 수입 배분부터 판권까지 해결할 문제가 적지 않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발목만 잡히는 꼴이 된다.

◆ 가수들이 몰린다 = 걸림돌이 많아지자 "차라리 직접 만들자"는 제작사가 부쩍 늘었다. 요즘 출시되는 드라마 OST는 한결같이 국내 가요에, 주문제작한 신곡으로 채워진다.

OST를 대하는 가수들 태도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얼굴이나 알리자"는 신인 가수들의 데뷔 창구에 불과했다. 이젠 내로라하는 유명 가수들이 너나없이 몰려든다. 음반사 mom미디어의 김동현 사장은 "지상파 TV 가요프로그램의 시청률이 20%에서 10%로 뚝 떨어졌다"며 "차라리 시청률 20%가 넘는 인기 드라마에서 회당 2회, 1주일에 네 번 정도 노래가 깔리면 홍보에는 그만이다"라고 말했다.

SBS 드라마 '불량주부' OST는 가수 윤종신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다. 음악 감독을 맡아 모든 곡을 작사.작곡했다. 가수 김도향까지 참가해 주제곡 'Volcano(볼케이노)'를 불렀다. 웬만한 대형 가요 음반 못지 않은 기획력이다.

KBS2 주말극 '부모님 전상서'의 엔딩곡 '미안해요 사랑해요'는 가수 변진섭이 불렀다. 6년 공백을 깨고 활동을 재개한 그에게 30%가 넘는 시청률은 '천군만마'인 셈이다. 또 일본에서 방영 중인 최지우 주연의 한.중.일 합작드라마 '101번째 프로포즈'에선 임재범과 그룹 신화 멤버인 신혜성, 린 등이 OST작업에 참여했다.

◆ 엄청 커진 시장 = 가요 음반 뺨치는 드라마 OST들이 나오면서 시장이 훌쩍 커졌다. 지난해 드라마 '천국의 계단' OST의 판매량은 7만5000장까지 치솟았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보아 4집'(19만 장)이나 'god 6집'(14만 장)과 비교해도 만만찮은 수치다. 매니어층까지 생겼던 드라마 '다모'는 10만 장이나 팔렸다. 이 밖에도 '불새''풀하우스''KBS드라마 OST' 등이 모두 4만 장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드라마 OST의 질주는 디지털 시장에서 더 뜨겁다. 컬러링과 벨소리 등 모바일 시장과 싸이월드 홈페이지 등에 깔리는 인터넷 배경음악(BGM) 시장이 급성장하기 때문이다. 음반시장에서 10만 장(5억원 수익)이 팔린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는 모바일 시장에서도 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또 디지털 시장에서 '슬픈 연가'는 3억원, '아일랜드'는 2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10대 청소년들이 열광했던 KBS 미니시리즈 '쾌걸 춘향'의 주제가는 음반보다 모바일 시장에서 더 많이 팔렸다.

백성호.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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