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소문사진관]마치 구름이 드리운 듯, 쌍계사 십리 벚꽃길을 걷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만개한 쌍계사 십리길 벚꽃. 오는 7~8일 쌍계사 벚꽃 축제가 열린다. 김상선 기자

만개한 쌍계사 십리길 벚꽃. 오는 7~8일 쌍계사 벚꽃 축제가 열린다. 김상선 기자

천년고찰 쌍계사로 가는 십리길 벚꽃이 만개하면서 꽃터널로 변했다.
이른 아침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벚꽃길은 지리산 정상에 있던 운해가 내려와 앉은 듯 온통 하얗다. 화개천을 따라 이어진 벚꽃길은 산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끝이 없다.

쌍계사 벚꽃 축제는 이번 주말인 7, 8일에 열린다. 하지만, 올해 벚꽃은 기상 이변으로 축제일 보다 열흘이나 먼저 개화했다. 자칫 꽃 없는 벚꽃 축제가 될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벚꽃의 진짜 축제는 꽃이 지는 때라 생각한다.

벚꽃잎이 봄바람에 날리는 장면 때문이다. 꽃잎이 우수수 떨어져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지는 것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꽃잎은 땅바닥에 눈처럼 쌓인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미안할 정도로 하얀 벚꽃잎을 밟아보는 봄 정취도 하나의 '춘락(春樂)'이다.

아래는 사진으로 만나는 십리 벚꽃길 풍경이다. 사진·글=김상선 기자

화개장터에서 가까운 곳에 벚꽃길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벚꽃 터널 속에서 보는 것 못지않게 눈이 즐겁다. 발 아래로 펼쳐진 벚꽃길이 마치 계곡에 몰려든 운해처럼 보인다.

화개천변의 축 늘어진 수양벚꽃이 가로등 불빛에 더욱 하얗다. 십리 벚꽃길에는 개화 기간 땅바닥에서 나뭇가지를 향해 비추는 조명을 켜 놓는다.
이곳 벚꽃 나무는 일제시대에 심었다. 수령이 80년을 넘은 것도 많다.

상춘객들이 이른 아침 벚꼴길을 따라 걷고 있다. 이들은 혼잡한 낮을 피해 한적한 아침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이다.

녹차 밭이다. 차밭은 동쪽 산비탈을 따라 이어진다. '김밥'처럼 누워있는 차밭이 녹색의 생기를 찾기 위해서는 곡우(4월20일)가 지나야 한다. 그땐 노랗고 흰 녹차꽃을 다시 볼수 있으리라.

벚꽃은 어두운 차밭과 대비돼 더 희고 또렷이 보인다. 쌍계사가 바로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다. 쌍계사 차의 역사는 천 년이 넘는다. 이곳의 차나무는 댓잎의 이슬 대신 벚꽃잎의 이슬을 먹고 자랄 것 같다.

지리산 깊은 계곡에서 내려온 물이 화개천을 따라 흐른다.

화려한 꽃도 또 다른 자연과 같이 어울릴 때 더 아름답게 보인다.

한 상춘객이 화사한 꽃을 스마트 폰에 담고 있다.

꽃길을 걷다 발걸음을 멈춘 여인이 꽃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손안에 들어온 꽃은 영원히 여인의 것이 된다.

                                                    김상선 기자

김상선 기자

벚꽃 나무 사이에 핀 개복숭아꽃이 화려하다.
하얀 벚꽃은 주변의 다른 꽃도 돋보이게 한다.

                                                    김상선 기자

김상선 기자

카메라를 멘 중년 신사가 오늘은 벚꽃에 빠졌다.

                                                   김상선 기자

김상선 기자

쌍계사 십리 벚꽃길은 동쪽 차밭길을 포함하면 20리길이 족히 넘는다.
화개천을 따라 핀 벚꽃을 보며 한바퀴 돌기 위해서는 족히 한나절이 걸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