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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마스터스 그리웠다” 갤러리 “우즈 그리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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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3년 만에 마스터스에 출격한 우즈를 보려고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지난 3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연습라운드에서 우즈가 이글 퍼트에 성공하자 갤러리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AP=연합뉴스]

3년 만에 마스터스에 출격한 우즈를 보려고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지난 3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연습라운드에서 우즈가 이글 퍼트에 성공하자 갤러리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43·미국)가 가볍게 주먹을 쥐어보이자 구름처럼 몰려든 팬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아멘 코너에 화려하게 핀 철쭉도, 높이 솟은 소나무도 깜짝 놀랐을 법하다. 우즈가 연습 라운드 도중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자 천둥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오늘밤 오거스타서 개막 #연습 라운드 9개 홀서 이글 2개 #구름 갤러리 응원 함성 메아리 #CBS “역대 가장 기대되는 대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가 5일 밤(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개막한다. 마스터스의 ‘함성 천둥’은 우승 경쟁으로 긴장감이 팽팽한 마지막 라운드 후반의 상징이다. 그래서 “마스터스는 일요일(4라운드) 후반이 되어야 진짜 시작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올해는 대회 개막전부터 코스 곳곳에서 쩌렁쩌렁한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3일 연습라운드에서 우즈는 9개 홀만 돌면서도 이글 2개를 잡았다. 파 5인 13번 홀과 15번 홀에서 각각 5m와 1.2m 퍼트를 넣었다. 전날 2번홀 칩인까지 합치면 벌써 세번째 이글이다. 허리 부상으로 신음하다가 3년 만에 건강하게 오거스타에 돌아온 우즈의 표정은 현지 날씨처럼 밝았다.

함께 연습라운드를 한 토마스 피터스(벨기에)는 “대단했다”고 했고, 노장 프레드 커플스(59·미국)는 “아주 재미있었다. 좋은 샷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홀 주위를 열 겹 이상 둘러싼 수많은 갤러리는 돌아온 골프 황제를 보면서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프레디(커플스의 애칭), 만약 우즈가 안 되면 당신이 우승해!”

“토머스, 존슨, 스피스 다 잊어버려, 타이거가 최고야!”

우즈를 응원하는 팬들의 외침은 끊이지 않았다. 우즈는 연습라운드 후 공식 인터뷰에서도 밝은 표정이었다. 농담도 많이 했으며, 어려운 질문에도 성의껏 답했다.

평소 그는 자신이 참가하지 않는 대회는 보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그는 허리가 아파 쉬는 동안에도 마스터스는 꼭 챙겨봤다고 했다. 우즈는 “나는 마스터스를 사랑한다. 경기를 해봤기 때문에 선수들이 어디로 공을 치려는지 안다. 경기를 보면서 ‘와 저기서 치는 건 몹시 어려운데’ 혹은 ‘정말 끝내주게 잘 쳤는데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를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그래도 경기하는 게 중계를 보는 것보다 재미있다. 오거스타가 그리웠다. 3년 만인데 마치 150년 만에 이 곳에 돌아온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21년 전인 1997년, 2위를 12타 차로 제치고 우승한 마스터스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라고 했다. 부상에 시달리던 우즈가 만약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역대 최고의 재기’ 가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우즈는 “버스와 충돌하는 자동차 사고를 겪은 뒤에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벤 호건이야말로 최고의 재기 선수”라고 했다.

우즈는 지금 공을 전성기 때보다 더 멀리 친다고 밝혔다. 그는 “헤드스피드가 20대 때와 비슷한 시속 120마일 후반 대가 나온다. 예전보다 지금 더 길고 가벼운 샤프트에 티타늄 헤드를 쓰기는 덕분에 더 세게 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와 라이벌이었던 필 미켈슨(48·미국)도 우즈와 연습라운드를 함께 했다. 2004년 라이더컵에서 두 선수는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하면서 말도 섞지 않았다. 이게 당시 미국 참패의 원인이 됐다. 그런데 이날 두 선수는 함께 연습라운드를 했고 심지어 한 팀으로 다른 두 명과 팀 매치플레이 내기까지 했다. 우즈는 “20대와 40대는 다르다. 우린 20년간 전쟁을 했지만, 지금은 둘 다 선수 생활의 끝부분인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마스터스를 33년간 중계해, 미국에서 ‘마스터스의 목소리’로 통하는 CBS 방송의 캐스터 짐 난츠는 “올해 마스터스가 역대 최고로 기대되는 대회”라고 말했다. 역대 마스터스 중 경기 전부터 가장 화제를 모았던 건 2001년 대회였다. 전년도 3개 메이저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우즈가 마스터스마저 정복하면 4개 메이저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는 ‘타이거슬램’ 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 때보다 기대가 더 크다. 이번에도 역시 주연 배우는 우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린다. 50세를 바라보는 노장 필 미켈슨은 최고령 우승에 도전한다. 우즈는 한국시간 5일 오후 11시42분 마크 레시먼, 토미 플릿우드와 1라운드 경기를 시작한다.

오거스타=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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