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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골든벨… 농아 부모 모시는 한민지양 마지막 50번째 문제 못 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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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일 방영된 '도전 골든벨'에서 마지막 문제를 놓쳐 골든벨을 울리지 못한 한민지(오른쪽)양이 녹화현장에 응원 나온 외할아버지를 보며 밝게 웃고 있다. [강원도 농아인협회 강릉시지부 제공]

"이런 얘기하면 팔불출이라고 욕할지 모르겠지만 내 딸이 자랑스러워. 입이 근질거려 죽겠네."

2일 방송된 '도전 골든벨'(관동지역 연합편.KBS 1TV)에서 마지막 50번째 문제를 아깝게 놓쳐 골든벨을 울리지 못한 한민지(18.강릉여고 3년)양의 어머니 엄성연(44.강릉시 내곡동)씨는 2월 녹화가 끝난 뒤 주변의 아는 사람들에게 이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엄씨는 자신의 입으로 딸을 자랑할 수 없었다. 농아이기 때문이었다. 민지양의 아버지 한휘(49)씨 역시 농아여서 이들 부부는 몇 사람에게만 수화 또는 문자 메시지로 딸을 자랑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어릴 때 홍역과 열병을 앓아 말을 할 수 없는 부모 사이에 태어난 민지양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이모에게 말을 배웠다.

엄씨는 "부모가 말 못하는 것을 알았는지 민지는 태어난 지 10개월 정도 지났을 때부터 울지 않고 곁으로 기어와서 툭툭 쳤다"며 "두세살 때부터는 부모와 수화할 때에도 소리는 일절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춘기도 잘 넘겼다. 엄씨는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어 걱정이었는데 일찍 철이 들고 스스로 컸다"고 말했다.

강릉시 수화통역센터 사회복지사 김현철(31)씨는 "민지양은 공부를 잘 할 뿐 아니라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과 행동에 분개하고 논쟁도 벌이는 당찬 학생"이라고 말했다.

외동딸 민지에 대한 한씨 부부의 사랑도 보통이 아니다. 매일 딸과 30분 이상 대화한다. 딸이 학교수업에 학원, 독서실까지 들렸다가 귀가하는 시간은 새벽 2시30분쯤. 이때부터 모녀는 학교 이야기와 부모가 겪은 일 등을 얘기하며 정을 쌓는다. 엄씨는 "공부하는 딸보다 먼저 잘 수는 없다"며 민지가 공부를 더 하면 옆에서 책을 읽는다고 한다.

민지양의 어머니는 강원도 농아인협회 강릉시지부 지부장 겸 강릉시 수화통역센터 소장이고 아버지는 사무국장이다. 이들은 수화를 하지 못하는 농아의 생각을 전달해주는 농통역사로 7년째 봉사하고 있다.

한민지 양은 "부모님처럼 농아 등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하는 인권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강릉=이찬호 기자

*** 바로잡습니다

4월 4일자 28면 '아! 골든벨' 기사에서 한민지양은 민족사관고에 합격하지 않았습니다. 민지양은 이 학교에 지원하지 않았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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