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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패럴림픽 유산,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야"

중앙일보

입력

미치 화이트 미국 내셔널어빌리티센터 고문. 평창=김지한 기자

미치 화이트 미국 내셔널어빌리티센터 고문. 평창=김지한 기자

지난달 강원도 평창과 강릉, 정선에선 전 세계 장애인 겨울스포츠 최대제전,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이 열렸다. 한국의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기여한 평창 패럴림픽이지만 장기적으론 대회에서 남긴 유산을 체계화, 제도화하는 등의 작업이 남아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8일 '2030 스포츠비전 대국민보고회'에 전용 스포츠시설 확충 등 장애인 생활스포츠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美 장애인체육 기관 내셔널 어빌리티센터 설립자 화이트 인터뷰 #연 2만5000여명 찾아...2002년 이후엔 국제적으로도 알려져 #지난달 휘닉스 평창서 장애인스키캠프 열어..."韓에 도움 되길" #기관 설립자 화이트 고문 "

미국 유타 주 파크시티에 있는 '내셔널 어빌리티센터'는 평창이 참고할 만 한 '장애인 스포츠 유산'의 롤모델로 꼽힌다. 1985년에 설립된 내셔널 어빌리티센터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유타 주와 미국을 대표하는 장애인 스포츠 프로그램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이 기관은 지난 2016년 10월부터는 미국 국무부 교육문화국 스포츠외교과의 지원을 받고 해외에도 장애인 스포츠 프로그램을 육성, 확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5개국에서 축구, 배구 종목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이어 지난달 3~9일엔 강원도 평창의 휘닉스 평창에서 40여명의 한국인 장애학생, 청년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스키캠프를 열었다.

지난달 강원도 평창의 휘닉스 평창에서 진행된 미국 내셔널 어빌리티 센터 주최 장애인스키캠프. [사진 주한미국대사관]

지난달 강원도 평창의 휘닉스 평창에서 진행된 미국 내셔널 어빌리티 센터 주최 장애인스키캠프. [사진 주한미국대사관]

이 프로그램를 위해 지난달 초 한국을 찾은 미치 화이트 내셔널 어빌리티센터 고문은 "휘닉스 측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프로그램을 잘 치러내 매우 기분 좋다. 장애인 스키는 그동안 한국에선 새롭게 접하지 못했던 분야였다. 한국의 장애인도 스키를 충분히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기계 체조 국가대표 훈련 중 중증장애를 입은 김소영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센터장도 참가했다. 김 센터장은 "1995년에 장애인스키교실을 연 적이 있다. 스키를 타면서 처음으로 내 장애를 잊고, 자유를 느낀 적이 있다. 장애를 가져도 스키를 즐기는 건 문제 없다"고 말했다.

"처음엔 소외당하고 상처입은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었다"던 화이트 고문은 장애를 가진 어린이, 학생들에 눈을 돌렸다. 1985년 내셔널 어빌리티센터를 창립해 2008년까지 대표자로 활동했던 화이트 고문의 노력은 미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장애인 스포츠 프로그램을 갖추는데 기여했다. 내셔널 어빌리티센터는 매년 10개 종목, 2만5000여명의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찾는다. 기관 프로그램을 돕는 자원봉사자도 1700명에 달한다. 종목은 스노보드, 스키 등 겨울스포츠뿐 아니라 산악, 사이클, 승마, 수상스키 등 여름스포츠까지 다양하다.

화이트 고문은 "유타 주의 최대 도시 솔트레이크시티에서 30여분 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전쟁 중 다친 군인들도 이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을 통해 기관을 국제적으로도 더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내셔널 어빌리티센터 출신으로 동하계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도 여럿 나오고 있다. 평창 패럴림픽엔 미국뿐 아니라 스위스, 칠레, 멕시코 등 4개국 11명의 내셔널 어빌리티센터 출신 선수들이 출전했다.

지난달 강원도 평창의 휘닉스 평창에서 진행된 미국 내셔널 어빌리티 센터 주최 장애인스키캠프. [사진 주한미국대사관]

지난달 강원도 평창의 휘닉스 평창에서 진행된 미국 내셔널 어빌리티 센터 주최 장애인스키캠프. [사진 주한미국대사관]

2016년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에 대해 화이트 고문은 "미국에 맞추는 것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 방식에 맞게 다가가는데 초점을 맞춘다. 한국의 경우엔 겨울 패럴림픽을 통해 장애인 겨울스포츠의 확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스키 부문 프로그램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패럴림픽의 유산'을 남기는 작업을 시작할 한국을 향해 화이트 고문은 "지역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셔널 어빌리티센터는 유타 주의 지역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서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평창도 지역 안을 들여다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여기서 새로운 선수가 나오고 키울 수 있는 것이고, 곧 패럴림픽 레거시(legacy·유산) 출발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일부 장애인 알파인 스키 장비를 제공한 그는 "이 장비들을 통해 한국 내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확산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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