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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쓰레기 변심이 분리수거 대란 불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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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스티로폼 분리수거 거부에 환경부 긴급 대책 추진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이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1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쓰레기수거장에 비닐과 페트병 배출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이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1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쓰레기수거장에 비닐과 페트병 배출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달부터 서울 등 수도권의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비닐과 스티로폼 재활용 분리수거를 중단하겠다는 움직임과 관련, 환경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는 1일 "이번 분리수거 거부는 기본적으로 아파트 단지와 재활용품 수집 업체 사이의 계약 문제"라면서도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수집 업체의 채산성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비닐 등을 종량제 봉투에 담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할 경우 법에 따라 3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다만, 음식물 찌꺼기 등이 남아있는 등 오염이 심해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 등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배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우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분리수거 재활용품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1일 서울 영등포의 한 주택가 골목에 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품이 쌓여있다. 씻지 않은 컵라면 용기 등 재활용이 어려운 것들도 있다. 강찬수 기자

1일 서울 영등포의 한 주택가 골목에 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품이 쌓여있다. 씻지 않은 컵라면 용기 등 재활용이 어려운 것들도 있다. 강찬수 기자

시민들에게 재활용품 분리배출 요령 홍보 

서울의 한 구청이 주민들에게 배포한 재활용품 배출 요령 안내문, 강찬수 기자

서울의 한 구청이 주민들에게 배포한 재활용품 배출 요령 안내문, 강찬수 기자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부터 환경부 상황반을 가동하며 서울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분리수거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며 "서울시 직원들이 아파트 단지를 돌며 분리수거에 차질이 없도록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서울시 등과 함께 시민들에게 재활용이 잘되도록 '재활용품 분리배출 안내문'을 아파트 단지 등에 배포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비닐류는 재활용 마크가 있는 것만 배출해야 하고, 음식물 등 이물질이 묻은 경우는 깨끗이 씻어서 배출해야 한다.
스티로폼은 테이프·택배 운송장·상표 등을 제거한 뒤 깨끗이 씻어서 배출해야 한다. 특히, 컵라면 용기 등은 배출하기 전에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이 씻어야 한다. 흰색이 아닌 다른 색깔을 띠거나 음식물 등 이물질이 많이 묻은 것은 배출해서는 안 된다.

수집·선별·재활용 업체 지원 방안도 마련

1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쓰레기수거장에 주민들이 내놓은 페트병이 쌓여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거 업체가 비닐과 스티로폼 외에 페트병까지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쓰레기수거장에 주민들이 내놓은 페트병이 쌓여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거 업체가 비닐과 스티로폼 외에 페트병까지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까지 재활용 업계에서는 폐플라스틱과 폐지를 재활용하면서 얻은 이익으로 비닐까지 처리했는데, 최근 폐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채산성이 크게 악화했다.
재활용품 수집업체인 미주자원 강필주 대표는 "지난해 7월 중국이 쓰레기 수입 중단을 선언했고, 실제로 지난 1월부터 미국·유럽의 폐지 등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국내 폐지 가격이 ㎏당 150원 정도에서 이제는 40~5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게다가 재활용품에 섞여 들어온 이물질과 재활용이 불가능한 비닐은 재활용 업체에서 별도로 소각 처리해야 하는데, 이 경우 사업장 폐기물로 간주하고, 폐기물 소각처리 업체에 처리를 의뢰해야 한다.
최근 소각 처리 비용이 높아진 것도 비닐 수집·선별업체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생산자책임 재활용(EPR) 제도에 따라 합성수지 포장재가 포함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재활용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나, 현재 비닐을 말하는 필름류의 경우 재활용 분담금을 내는 생산업체가 전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재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원순환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분담금 요율은 1년 단위로 정해지기 때문에 당장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요율을 올리더라도 분담금은 최종 재활용업체에 지급되기 때문에 역으로 선별업체나 수집업체까지 혜택을 보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주택가 골목에 배출된 재활용품. 재활용 가능 표시가 돼 있지 않은 일반 비닐봉지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일반 비닐 봉지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생산업체로부터 재활용 분담금을 걷을 수 없어 재활용 업체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강찬수 기자

서울 영등포구 주택가 골목에 배출된 재활용품. 재활용 가능 표시가 돼 있지 않은 일반 비닐봉지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일반 비닐 봉지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생산업체로부터 재활용 분담금을 걷을 수 없어 재활용 업체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강찬수 기자

이와 관련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통해 "비닐과 스티로폼 분리수거와 재활용 시스템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며 "생산업체는 일회용 비닐과 스티로폼 사용을 줄이고, 시민들은 올바르고 철저한 분리 배출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폐기물 재활용을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폐기물 수거 업체 간 개별 계약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관여해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폐기물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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