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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김정은 방문을 쌍수 들고 환영"…중국의 노림수는?

중앙일보

입력

의장대 사열하는 김정은과 시진핑 [사진 연합뉴스]

의장대 사열하는 김정은과 시진핑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 방문 기간(3월 25~28일)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비핵화 관련된 깊은 논의를 했다. 김정은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 관계 개선도 전망된다. 아울러 북한 비핵화를 위한 진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 김정은의 방중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와 전망을 들어봤다.

김정은 '방중 요청', 시진핑 '승낙' 형식 #中, 4자회담 평화체제 논의 밀고 갈듯 #김정은 방중 이후 북핵협상 난항 우려 #시진핑 당장 방북보다 사태 지켜볼 듯

이번 김정은의 방중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사전포석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왔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이 미국을 압박할 목적으로 중국을 찾았다”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어 견제 장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북·미 회담이 실패할 경우 트럼프가 주도하는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다고 본다”며 “중국이 나서 미국을 막아주는 ‘완충장치’ 역할을 노렸다”고 진단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사진 중앙포토]

김근식 경남대 교수. [사진 중앙포토]

외교부 정책기획관을 지냈던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중 양측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북한은 미·중 관계 악화 국면을 활용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이 중국을 보험으로 들어둔 상태에서 미국을 만나겠다는 전략은 북·미 대화가 틀어져도 중국에서 체제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복안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사진 중앙포토]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사진 중앙포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중국에서 얻을 게 많다는 판단을 갖고 전통적인 북·중 관계 복원에 중점을 뒀다”며 “북한은 시진핑이 최근 장기 집권의 기틀을 마련해 사실상 황제 반열에 오른 점도 고려해 빠른 만남을 추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했던 경험 때문에 외국 지도자를 만나거나 제3국으로 나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북ㆍ미 정상회담이 유럽의 중립국이나 중국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사진 중앙포토]

남성욱 고려대 교수. [사진 중앙포토]

중국 전문가인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시진핑은 김정은 방문을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라며 “최근 제기되는 ‘차이나 패싱’ 우려를 잠재우고 싶어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진핑이 김정은 방중을 초청했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사실은 김정은이 먼저 방중 의사를 전달했고 시진핑이 이를 승낙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사진 중앙포토]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사진 중앙포토]

중국이 비핵화 국면을 넘어 전개될 평화체제도 고려해 북·중 관계개선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 교수는 “중국은 ‘남·북·미’ 중심의 3자 구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국을 포함한 ‘4자 구도’를 만들고 싶어한다”며 “비핵화는 ‘6자 회담’, 평화체제는 ‘4자 회담’에서 논의한다는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전쟁 휴전조약 당사자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며 김정은도 이점을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기간 내내 시진핑 국가주석은 극진한 환대를 보였다. 26일 환영 만찬석상에서 박수치고 있는 시 주석. [CCTV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기간 내내 시진핑 국가주석은 극진한 환대를 보였다. 26일 환영 만찬석상에서 박수치고 있는 시 주석. [CCTV 캡처]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한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방중을 계기로 대북제재가 약화 될 수 있고, 비핵화 해법도 어려워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 교수는 “북한이 중국을 이용해 제재국면을 벗어날 수 있다”며 “이제 상황이 더 복잡해졌고 한국이 생각했던 비핵화 협상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호 교수는 “우리는 북한의 선택을 더 고민했어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은 김정은의 방북 요청을 승낙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은 드러나지 않았다. 김근식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태호 교수도 “김정은이 다녀왔기 때문에 당장 시진핑이 찾아갈 이유는 없어 사태를 관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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