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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외환은 인수' 엇갈린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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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스티븐 리(한국명 이정환·38)가 2003년 11월 외환은행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건물에 들어서는 모습. 스티븐 리는 지난해 5월께 론스타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미국으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검찰은 횡령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방침이다. [매경 제공]

론스타 한국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의 핵심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의 의혹이다. 그러나 당시 외환은행 매각에 간여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의혹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은행의 대주주 자격이 없는 사모 펀드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했다는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 기준)이 조작되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또 당시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하며 비밀회의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문서검증을 했던 국회 재경위의 야당 의원들은 외환은행 BIS기준 비율 전망치가 갑자기 떨어진 것은 조작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2003년 7월 21일 외환은행 경영위원회에 보고된 BIS 비율(2003년 말 전망치)은 10%였는데, 이날 금감원에 보고된 BIS 비율은 6.16%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금감원에 보고된 5장짜리 팩스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문서검증에 참여했던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금감원은 외환은행에서 자료를 받아 정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자료를 만든 당사자가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사망했기 때문에 진위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BIS비율 조작 여부를 눈여겨보고 있다.

그러나 이강원(현 한국투자공사 사장) 당시 행장과 변양호(현 보고펀드 대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매각에 간여했던 관계자들은 "그 팩스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BIS 비율은 다양한 기준과 목적에 따라 수치가 다르게 작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행장은 "당시 실무자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은행 내에 근거자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변 전 국장은 "증자 또는 외자유치가 없었으면 외환카드의 부실까지 떠안으면서 BIS 비율은 4.4%까지 하락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낮게 전망된 BIS 비율을 근거로 론스타에 매각한 과정도 검찰 수사대상이다. 최 의원은 "외환은행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가능성'을 이유로 론스타의 인수를 예외적으로 승인한 것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김석동(현 재경부 차관보)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변 전 국장도 "당시 론스타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며 "부실금융회사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는 법률상 허용된 예외조항"이라고 말했다. 이 전 행장은 "당시 10여 개 외국 자본에 매각 의사를 타진했으나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아 론스타에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2003년 7월 15일 정부 관계자와 이 전 행장이 참석한 이른바 10인 비밀회의도 논란거리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참석자들이 수고비조로 '도장 값'까지 거론한 것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불법적 거래였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회의에 참석했던 변 전 국장은 "실제 BIS 비율을 공개적으로 밝히면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관계자들만 모인 회의인데 이를 비밀회의라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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