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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한국연구」본궤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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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홍콩=박병석 특파원】중공의 한국에 대한 연구가 틀잡혀가고 있다. 중국대륙에 사회주의 정권이 등장한 이래의 공백을 메우는 작업이기도한 중공의 대한연구는 최근들어 활기를 더하면서 그 수준 또한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공에서 발간되는 논문들과 중공소식통들의 말을 종합분석하면 중공의 대한연구는 한국이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각광받을 때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나 특히 3, 4년전 한·중공관계가 현저히 개선되면서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의 대한연구는 한반도정세 등 정치외교적인 것들도 적지 않으나 역시 경제문제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현 단계에서 한·중공관계가 체육·문화·경제분야교류 등에 국한되는데도 이유가 있으나 79년 이후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공이 특히 한국과 대만의 경제성장 과정이나 개발모델을 그들이 추진하는 경제개발정책에 유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공의 대한경제연구관계자료를 분석해보면 그들은 한국이 급성장하게 된 이유를 ▲수출주도형 등 한국실정에 맞는 경제발전 전략 및 정책채택 ▲테크너크라트 및 서구식인사제도를 응용한 전문가들에 의한 관리 ▲외자와 기술도입의 효율적 응용 ▲과학기술과 인재양성 중시 등으로 요약된다.
그들의 대한경제연구 논문의 주제가 ▲수출주도형 산업정책 ▲외자도입의 특징과 경험· 교훈 ▲과학기술도입정책 ▲경제발전과 교육과의 연관성 등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중공에는 수많은 대한연구기관이 있으나 크게 ▲정부직속 또는 산하기관 ▲각 대학연구소 ▲신화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정부기관으로는 국무원(내각) 산하의 중국사회과학원, 외교부산하의 국제문제연구소, 대외경제무역부산하의 국제무역연구소 등이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방대한 기구로서 산하의 세계경제정치연구소는 한국의 정치·경제를, 외국문학연구소는 한국의 문학작품을, 세계역사연구소는 한국의 역사 등을 연구하면서 관계자료를 번역하고 있다. 이러한 기관에서는 한국을 독립적 연구대상으로 하지않고 북한 및 일본연구와 묶어하는 경향이다.
한국을 연구하는 대학연구소로는 길림성·요령성·흑룡강성 등 우리동포(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동북3성이 중심을 이루며 연변대학은 조선문제연구소를 두고있다. 또한 북경대학은 「아시아·아프리카연구소」(아비연구소)등에서 한국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이밖에 중공당국은 남북한과 일본·소련 등을 종합연구하기 위한 동북아연구센터를 길림성 장춘시에 신설할 방침으로 있다는 보도도 있다.
이와같은 기관과는 달리 중공전역의 한국인(북한포함)학자나 연구원들로 구성된 중국조선경제학회(회장 석영)가 돋보인다.
이 학회는 지난해에만 10월까지 5차례의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여기서 발표되는 논문은 중공의 대한연구수준을 대표한다고 볼수 있다.
학술토론회에서는 ▲한국경제 ▲북한경제 ▲남북한관계 및 한반도정세에 관한 논문 약30∼40편이 발표되는데 논문수준은 물론 인용하는 자료들을 보면 한국에서 발간되는 각종 학술·연구논문과 아울러 한국의 일간신문·월간지·경제잡지 등을 망라하고 있어 놀라게된다.
그러나 이 학회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이 「대외비」로 돼있는데다 발표논문들도 관계자들에게만 배포하도록 극히 한정부수로 인쇄하고 있어 외국인들은 입수가 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중공의 대한연구가 상당한 수준에 오를 수 있는 주요한 이유중의 하나로 한·중 양국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조선족」(중국적의 우리동포)의 공헌을 들수 있다. 최근 중공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연구가의 상당수가 조선족출신인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며 앞으로 한·중 관계개선과 더불어 이들의 활동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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