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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해운대 아파트 4억 뚝···8·2대책 후 판도 바뀐 주택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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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해수역장을 끼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 숲인 해운대. 정부 규제 직격탄을 맞아 집값이 약세다.

해운대 해수역장을 끼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 숲인 해운대. 정부 규제 직격탄을 맞아 집값이 약세다.

1990년대 초반 개발된 수도권 1기 신도시 가운데 서울 남쪽과 북쪽에서 대표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

분당 무지개2단지 84㎡(이하 전용면적)가 지난해 8월 4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1억8000만원 오른 6억5000만원에 팔렸다. 행정구역상 분당구에 포함되는 판교신도시는 더욱 뛰었다. 지난해 7월 거래가격이 8억원이던 백현마을7단지 84㎡이 지난달엔 13억원을 기록했다.

양도세 중과 시행과 함께 투기지역 이름만 남아 #조정대상지역 제도가 투기지역보다 강해 #지난해 8·2대책 후 조정대상지역 내 차별화 #정부 대책, 입주물량, 지역 경기 맞물려 #정부 조정대상지역 조정할지 관심

분당 무지개2단지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일산 강촌마을 아파트 84㎡. 지난해 7월 4억7000만원에서 지난달 4억원으로 7000만원 떨어졌다. 인근 하늘마을 84㎡도 같은 기간 3억5000만원으로 4000만원 빠졌다.

대표적인 ‘지방 강남’으로 불리는 부산시 해운대구와 대구시 수성구. 초고층이 많아 마천루 숲을 이룬 해운대 아파트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13억원 넘게까지 오른 두산위브더제니스 145㎡의 실거래가가 이달 9억1000만원이었다. 메가센텀한화꿈에그린 84㎡은 지난해 7월 4억5000만원에서 지난달엔 3억80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수성구 대우트럼프월드 84㎡ 실거래가가 4억9000만원에서 1억원 올랐다. e편한세상범어 같은 크기는 4억9000만원에서 6억2000만원이 됐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수성구 아파트값이 3.3㎡당 평균 1471민원으로 해운대구(1486만원)의 이마까지 올랐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의 결정판인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다음달부터 정부 규제 선봉장의 세대 교체가 일어난다. 투기지역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바통 터치다.

이런 가운데 8·2대책 이후 7개월이 지나면서 주택시장 판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정부 대책 영향과 지역 특성 등이 맞물려 명암이 엇갈린다.

조정대상지역의 등극과 함께 정부가 주택시장 규제 지도를 다시 짤까.

내달부터 투기지역 지정요건 없어져 

지난해 8·2대책 때 정부는 세 가지의 그물로 청약·매매·대출 등 전방위에서 규제에 나섰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이다. 이중 투기지역이 가장 셌다. 이 세 지역의 규제가 모두 모이는 곳이 투기지역이었다. 조정대상지역 40곳, 투기과열지구 29곳, 투기지역 12곳이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노무현 정부 때 맹활약을 한 강력한 주택시장 규제 장치여서 ‘저승사자’로도 불린 투기지역이 다음달부터 유명무실해진다. 이빨 빠진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다.

정부가 4월 1일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 도입에 맞춰 투기지역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기 때문이다. 다음달부터 투기지역 ‘이름’(법 용어는 지정지역)은 남아있지만 지정 요건이 없어진다. 현재 투기지역 지정을 위한 정량 요건은 집값 상승률이다.

직전 달의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이 전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는 지역으로서, 직전 월부터 소급해 2월간의 월평균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의 1.3배보다 높은 경우다.

혹은 직전 달부터 소급해 1년간의 연평균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직전월부터 소급해 3년간의 연평균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보다 높으면 대상이다.

지정 요건이 없어지면 투기지역을 추가로 지정할 근거가 사라지는 셈이다.

정부는 더이상 투기지역 지정 필요성이 없어져 투기지역을 ‘팽’한다.

조정대상지역 제도가 투기지역을 훨씬 능가하는 힘을 쓸 수 있어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서 투기지역이 3주택 이상자에 한해 기본세율에 10%포인트를 가산하지만 조정대상지역은 이보다 더 많은 20%포인트를 합치다.

투기지역 제도에는 없는 2주택자 양도세 중과(10%포인트 가산)도 있다. 규제 범위도 조정대상지역이 훨씬 더 넓다.

담보대출 건수 제한 투기지역은 유지

현재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12곳은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나. 그렇지 않다. 정부는 기존 투기지역을 유지하기로 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할 수 없는 주택담보대출 건수 제한을 위해서다. 투기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가구당 1건으로 제한된다. 투기지역을 아예 없애거나 지정을 해제하면 대출 건수 제한을 할 수 없다.

현재 주택시장이 8·2대책과 많이 달라지면서 시장에 조정대상지역의 조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8·2대책만이 아니라 강남 접근성, 입주물량, 지역경제 등이 어우러져 조정대상지역 내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와 부산이 8·2대책 전과 딴판이 됐다.

고양 아파트 값이 8·2대책 전 6개월간 경기도 평균(0.77%)의 두 배에 가까운 1.3% 올랐는데 대책 이후 6개월간은 0.47% 내렸다. 이 기간 경기도는 평균 0.8% 올랐다.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최근 3개월간 주택매매거래량이 1년 전보다 경기도 전체로는 7.9% 늘었는데 고양시는 오히려 줄었다.

부산 역시 8·2대책 전후 6개월간의 아파트값 변동률이 이전 ‘1.75% 상승’에서 이후 ‘0.63% 하락'으로 반전했다. 해운대구 하락률은 부산 전체 평균의 두 배가 넘는 -1.28%다.

부산 전체 주택매매거래량도 30% 넘게 줄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입주물량이 크게 늘며 이들 지역 시장이 공급과잉이어서다.

올해 고양에 2013년(9000여가구) 이후 가장 많은 6000여가구가 입주한다. 부산에선 2006년(3만1000여가구) 이후 가장 많은 2만3000여가구가 입주 대기 중이다.

조정대상지역에 이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분당의 강세는 강남권 급등 영향이 크다.

수성구, 투기과열지구 지정 후 더 올라 

8·2대책 한 달 뒤 분당과 함께 뒤늦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수성구 상승세는 조정대상지역을 피한 반사효과가 크다. 학군수요 등 지역 수요가 탄탄한 데다 조정대상지역에는 빠져 양도세 중과 등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정부는 대구를 투기과열지구로만 지정하고 조정대상지역 지정은 하지 않았다.

투기과열지구는 1순위 자격요건 강화(통장 가입 기간 2년), 가점제 적용 확대(85㎡ 이하 100%), 전매 금지 등 주로 청약시장 규제만 한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2년 거주), 분양권 양도세 강화(세율 50%),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해당하지 않는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는 지난해 9월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집값이 뛰고 있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는 지난해 9월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집값이 뛰고 있다.

수성구에 대한 정부의 어설픈 규제가 시장 과열을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6개월을 기준으로 한 수성구 집값 상승률이 8·2대책 전 0.05%에서 대책 이후 3.04%로 5배 넘게 높아졌다.

투기지역 중에서는 노원구에서 볼멘소리가 난다. 8·2대책 후 최근 6개월간 노원구 아파트값 상승률이 0.65%로 서울 평균(4.3%)보다 한참 아래이고 서울 시내 25개 구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지방 일부 지역은 위축을 걱정할 판이다. 아직은 조정대상지역 중 규제 완화가 필요한 ‘위축지역’ 후보가 없으나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 나타날 수 있다.

그동안 조정대상지역으로 거론된 지역은 정확히 말해 ‘과열지역’이다. 조정대상지역은 시장이 과열되거나 위축돼 규제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으로 과열지역과 위축지역으로 나뉜다. 정부가 8·2대책에서 지정한 조정대상지역은 과열지역이다.

위축지역 요건은 최근 6개월간 집값이 월평균 1% 이상 하락하면서 주택거래량이 20% 이상 줄거나 미분양 물량이 2배 넘게 늘어난 지역 또는 해당 시도 주택보급률이 전국 평균을 초과하는 지역이다.

집값이 월평균 1% 이상 내리면 6개월간 하락률이 6.15%를 넘어야 한다.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6개월간 집값이 6% 넘게 내린 곳은 없다.

가장 많이 내린 지역도 4%가 넘지 않는다. 경남 거제(-3.93%), 창원(-3.44%)과 울산시 북구(-3.17%)가 많이 내렸다.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이들 지역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대상 지역이 아니지만 지역 경제 침체와 입주 물량 증가가 주된 이유다.

창원·거제 등에 '위축' 전조

울산은 최근 2년간 2만명 가까이 인구가 줄었고 아파트값이 2016년 6월부터 3개월을 빼고 19개월간 하락세를 이어왔다. 가격이 3년 전인 2015년 5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입주물량도 크게 늘었다. 2012~16년 5년간 연평균(6400가구)보다 훨씬 많은 8500~1만 가구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매년 들어선다.

창원도 예년의 2배가 넘는 1만~1만5000가구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매년 쏟아져 들어선다.

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청약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통장가입 기간이 1개월이면 1순위 자격이 된다. 전매제한 기간이 신도시 등 공공택지 6개월이고 공공택지 이외 민간택지는 없다.

정부가 당장 조정대상지역 등의 조정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다음 달부터 조정대상지역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지역 간 차별화가 더욱 심해지고 일부 지역의 위축이 정도를 넘으면 정부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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