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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먼저 불 붙는 서울시장 선거 대전(大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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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문제가 6월 서울시장 선거 주요 쟁점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연일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인 미세먼지 농도 속에 서울시가 26일 두 달여 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면서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25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우상조 기자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25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우상조 기자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미세먼지 대책 관련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박 의원은 "미세먼지 해결은 시장의 의지에 달렸는데 박 시장은 올해 초 하늘로 150억원을 날려버리고 어떤 결과도 가져오지 못했다"며 "박 시장이 지난 6년 동안 미온적이고 낡은 미세먼지 대책을 취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시장은 공개토론회 제안에 반드시 답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 논란은 지난 1월 서울시가 3차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해 대중교통 무료운행 및 차량 2부제 등을 시행하면서 시작됐다. 대중교통 무료운행에 대한 보전 비용으로 하루에 약 50억원의 예산을 사용했지만 도로교통량이 1.8%밖에 감소하지 않자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오후 서울 덕수궁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산책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25일 오후 서울 덕수궁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산책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당시 야권뿐 아니라 같은 당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선언을 한 우상호 의원도 "박 시장의 정책은 보여주기식"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 의원은 지난 달에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교통 무료 정책에 대해 "국민의 세금을 쓸 때는 효율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어야 하는데 세 번이나 시행한 건 문제가 있지 않았나"라며 "(박 시장의) 진정성만으로는 설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미 (대중교통 무료 예산 249억 중) 150억원을 썼는데 겨울철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3~5월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혈세 낭비' 논란 끝에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미세먼지 대책 중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26일 시행하는 서울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도 대중교통 무료 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포기한 게 아니라 미세먼지 대책을 심화시킨 것"이라며 "처음부터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정부 차원의 더 강력한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번의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로 미세먼지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서 시민들의 공감대가 확산됐다"며 "150억원 예산은 결국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민들에게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선거 경쟁이 펼쳐질 오는 4~5월 미세먼지 경보 발령이 반복되면 미세먼지 정책대결은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화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박영선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우상호 의원(왼쪽부터).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박영선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우상호 의원(왼쪽부터). [중앙포토]

박 시장은 지난 1월 21일 기자회견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전기차 사업을 포함해 향후 5년 간 대기질 개선대책에 2조원이 넘는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전기차 10만 대를 시내에 보급할 계획이다.

박 시장의 전기차 보급 정책에 박 의원은 수소전기차로 맞불을 놓았다. 박 의원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소전기차는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이동하는 공기청정기 역할도 한다"며 "서울시는 대량의 전력공급원이 필요한 전기차 보급 정책보다 수소전기차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미세먼지 장기 대책으로 전기차·수소차 병행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단기 대책으로는 미세먼지 경보가 발생한 날 분무차, 고압살수차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우 의원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를 규제하는 방법 등으로 서울시의 자체적인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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