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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체크포인트]증시 덮친 무역전쟁…확전이냐 국지전이냐

중앙일보

입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고비를 무사히 넘긴 국내·외 증시에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폭탄이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2일 2.5%, 23일엔 2.1% 하락했다. 코스피는 23일 전날보다 3.18% 급락했다. 2012년 5월 18일(3.4%) 이후 가장 높은 하락률이다.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 불가인 두 강대국의 싸움은 이번 주에도 국내 주식시장을 흔들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약 600억 달러(64조원) 규모의 무역 제재를 가하는 행정메모에 서명하며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제재안에는 1300여 개 품목,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한 투자 제한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에 대해 "많은 조치 중에서 첫번째"라며 앞으로 추가 조치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중국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30억 달러(3조2400억원)에 이르는 미국산 철강과 돼지고기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대로 두 나라가 걷잡을 수 없는 무역전쟁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될까. 이에 대해 아직까지 시장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골드만삭스 수석경제학자인 알렉 필립스는 21일(현지시간) 투자자에 보낸 메모에서 “중국이 600억 달러 규모 제재에 대해 보복한다고 해도 (트럼프 행정부가) 또 다시 600억 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를 추가로 때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확전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중장기적으로 볼 땐 두 나라가 공멸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보복의 보복을 거듭하며 상황을 악화시키진 않을 거란 낙관론이다.

하지만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이체방크의 피터 후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의 갈등 고조는 전 세계적인 악재"라며 "무역전쟁의 충격이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에 비견되는 수준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로서는 미·중간 무역전쟁 발발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 불가능한 이슈이다보니, 투자자들이 일단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무역전쟁이 더 이상은 확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고 경제지표나 수출여건이 좋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이상 무역전쟁이 확전되지만 않는다면 4월부터는 1분기 실적 시즌으로 넘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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