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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헤지펀드 "그라비티 경영 개입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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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온라인 게임업체 그라비티에 투자한 미국의 헤지펀드들이 회사 경영에 본격 개입하겠다고 나섰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그라비티의 지분 13.9%를 보유한 문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라미우스 캐피털그룹이 '그라비티 소액주주 공정 대우 위원회'를 결성, 경영에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고 30일 보도했다. 두 헤지펀드는 이 같은 경영권 행사 계획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통보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위원회는 그라비티의 이사회가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와의 라이선싱 거래를 의도적으로 축소함으로써 소액주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라비티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그의 동생인 손태장 겅호 대표가 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겅호는 그라비티의 게임 콘텐트 라이선스의 상당 부분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매출의 90%를 그라비티를 통해 올리고 있다.

이에 앞서 국내의 '그라비티 소액주주모임'은 비상 회의를 열고 "소프트뱅크가 그라비티를 겅호와 합병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그라비티의 주가를 끌어내렸고 경영진은 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업무상 배임 및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회사 경영진에 대한 형사 고발을 고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두 헤지펀드가 결성한 위원회는 한국 소액주주들과도 그라비티의 경영에 대해 논의할 수 있으며 이들을 위원회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경영진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또 자신들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전부를 손태장 대표가 인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라비티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경영권 개입은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KT&G 경영권 공격에 이은 것으로 뉴욕 증시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라비티='라그나로크'로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 게임업체. 2000년 설립됐다. 지난해 2월 국내 게임업계에선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다. 최근 시가총액은 약 2억 달러. 지난해 8월 손태장 겅호 대표 등이 김정률 그라비티 창립자의 지분을 4000억원에 인수해 화제가 됐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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