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일부 브리핑에 등장한 윤상, 그를 당황하게 만든 질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 예술단 평양 공연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 수석대표로 참석한 가수 윤상은 20일 남북대표단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박형일 통일부 국장과 함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 윤상은 ‘우리 가수들의 역량 과시인지, 비핵화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예술단 평양공연' 실무접촉 수석대표인 작곡가 겸 가수 윤상이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실무접촉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예술단 평양공연' 실무접촉 수석대표인 작곡가 겸 가수 윤상이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실무접촉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발표 중 한 기자는 “걸그룹 레드벨벳에 ‘레드’가 들어가는 데 대해 (북측이) 불편해하지는 않았나”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윤상과 함께 질의응답에 응한 박형일 통일부 국장은 ”레드벨벳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에 박 국장 옆에서 질문을 들은 윤상은 고개를 저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에 주변에 있는 다른 기자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윤상은 “남북화해를 위한 것인지, 우리 역량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비핵화를 위한 것인지 공연 목적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어려운질문이다. 무대 상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개인적 감성을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북에 있는 동포 여러분께 한국에서 보여주는 것과 똑같은 감동과 어색하지 않은 공연을 전해드리는 것이 숙제가 아닐까 한다”고 답했다.

또 “어떤 콘셉트로 공연을 구상할 것인지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공연을 같이 진행할)이 정도 아티스트들이라면 정말 환상적인 쇼를 꾸밀 수 있을 것이지만 (준비할) 시간이 열흘도 안 남았다”며 “함께 부를 곡을 편곡하고 어색함이 생기지 않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민간인으로서 공식적인 남북 협의에 최초로 참여한 소감을 묻자 윤상은 “제가 많이 긴장할까 봐 출발 전부터 통일부 관계자 여러분들께서 ‘지금은 예전처럼 그렇게까지 딱딱한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다”며 “제가 느낄 때도 TV라든지 평소 인식했던 그런 분위기는 현송월 단장에게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그걸 그 자리에서 바로 풀어가기보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검토하고 싶어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저희 측에서도 서면을 통하는 게 훨씬 오해가 없을 거라 생각해 그렇게 하자고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현송월 단장에 대해 그는 “다른 위치를 떠나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으로서 굉장한 책임감을 느끼고 함께하신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느낌도 전했다.

윤상은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발탁된 이유에 대해서 “저는 선배님들과 후배분들을 중간에서 잘 들을 수 있는 입장이고, 그분들이 가서 음악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바로바로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제가 지금까지 대중음악에서 해왔다는 판단을 해주신 것 같다”며 “예술단에 참가하는 분들 전부와 제가 소통할 수 있는 나이, 위치에 있다는 게 메리트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남한 예술단이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두 차례 공연하게 된다. 160여 명으로 구성된 남측 예술단에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정인, 서현, 알리와 걸그룹 레드벨벳 등이 포함됐다. 특히 레드벨벳은 이번 평양 공연에 참가하는 유일한 걸그룹이다. 서현도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이지만 솔로 가수로 참가한다.
과거 남한 측의 방북 공연에도 아이돌 그룹들이 포함된 전례가 있다. 지난 1999년 평화 친선음악회에는 패티킴, 태진아, 최진희, 설운도 등 중견 가수들과 함께 젝스키스, 핑클이 무대에 올랐다.

2003년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기념 통일음악회에는 조영남, 이선희, 설운도와 함께 아이돌 그룹 신화와 베이비복스가 참여했다. 빨간색 벨벳은 베이비복스에 이어 15년 만에 북한 무대에 서는 걸그룹인 셈이다. 레드벨벳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뜻깊은 자리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다. 평양에서 펼치는 무대는 처음이라 기대가 많이 된다"며 "좋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상은 “첫날은 우리 공연으로만 이뤄지지만 둘째 날 공연은 북측과 협업할 것 같다”며 “참가 아티스트들 편의를 살피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에서 윤상 본인이 노래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