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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한은 영역 다툼|「은행감독원」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경제민주화시대를 맞아 중앙은행의 독립성회복과제가 이제 결실을 맺으려고 하는 시점에서 재무부가 또다시 은행감독원을 분리코자 하는 의도를 보이는 것은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다.』
『관치금융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가 은행감독원을 통해 은행경영에 사사건건 간섭한 결과며 그런 폐단을 막고자 금융자율화를 논하는 이마당에 은행감독원을 정부가 관장하겠다는 발상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9일낮 한국은행 각부를 대표하는 과장12명은 서울시내 모중국음식점에 모여 최근 재무부가 은행감독원을 분리, 별도의 금융감독기구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은과 재무부간의 은행감독원 영토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25년전인 지난 63년부터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사정권하의 재무부는 은행감독원을 정부로 이관하기 위한 한은법 개정을 추진, 금융통화위원회에 자문을 요청했다. 법개정의 제안취지는 한은법상 금융정책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과 책임이 정부에 있으므로 은행감독원을 정부로 이관, 증권·보험등 전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업무를 일원화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금통위는「금융의 민주화와 정치로부터의 중립이란 근본이념이 저해되고 나아가서는 신용제도의 건전화에도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의견을 밝히고 여기에 여론이 동조, 정부계획은 무산됐었다. 이후 68년, 77년, 83년에 간헐적으로 이런 논쟁은 계속됐다.
이번이 제5회전인 셈인데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하순 재무부가 발표한「금융산업개편안」에서부터 시작됐다. 재무부는 이보고서를 통해 금융자율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체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재무부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해 나가기 위해 학계·정계·언론계등을 상대로 조용한 작전(?)을 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공법이 아니라 우회작전이라고 한은사람들은 표현하고 있다.
정부가 은행감독원을 분리, 독립시키려는 첫번째 명분은 상호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통화신용정책업무에 관한 중앙은행의 중립성은 충분히 보장하되 감독업무는 정부 또는 별도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정책과 사후 감독업무를 한곳에서 관장하는것은 문제며 또 아무리 통화신용정책이라도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가 질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깔고 있다.
한은은 이에 대해 정책업무와 감독업무는 오히려 긴요한 보완관계에 있으므로 효율적인 통화정책을 위해서는 분리시켜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즉 감독업무를 통해서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에 신속하게 대응할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무부는 또 자율화시대일수록 은행의 공공성과 건전성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들어 감독업무의 정부이관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금융기관감독권을 정부가 행사할 때 금융사고가 방지될수 있는것이 아니라 그것은 기본적으로 은행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책임경영체제확립을 통해 해결될수 있다는 입장이다.
명분이야 어찌되었건 은행감독원 분리문제는 사실상의 영토싸움이 되어 가고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어느 방향이 낙후된 금융산업을 제궤도에 올려놓을 것인가에 대한 허심탄회한 판단일 것이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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