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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롭 거액비자금 행방추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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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전대통령-노스롭 회장 두차례 면담>
【뉴욕지사=김용일 기자】노스롭 항공사의 대한전투기판매 관련 비리를 미의회가 청문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조사하기로 나섬에 따라 한미양국의 주요한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LA 타임스의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보도된 이 사건은 F-20전투기 판매를 둘러싸고 노스롭 사가 6백25만여 달러의 거액을 제공해 왔다고 밝혀짐에 따라 문제의 비자금의 총규모 및 노스롭 사의 위법 여부, 한국측 관련자들을 중심으로 조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미의회가 1차적으로 노스롭 사에 대해 조사를 하는 부분은 노스롭 사가 대한 호텔투자명목으로 제공했다는 6백만 달러가 명목에 불과한 것이고 사실상 판매촉진을 위한 비자금으로 쓰였느냐를 파헤치는데 있다. 노스롭 사가 판촉비 명목으로 쓴 것이라면 이는 미국내법상 부정행위 규제법에 저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의회는 이미 이점에 관해서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 같은 인식은 미의회 관계자가 금명간 이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열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는데서 잘 나타나있다. 또 하나 미의회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한국측 당사자로 널리 알려진 박종규씨 외에 실질적인 실력자로 누가 관여됐는가를 규명하는데 있다.
미의회 관계자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관여 가능성에대해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그 가능성을 배제치 않고 있다.
말썽이 일고있는 노스롭 사건은 대략 83년 말부터 시작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노스롭 사는 당시 신형전투기종인 F-20의 개발 및 생산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전투기 구매국으로 한국을 꼽고 있었다.
노스롭 측은 한국측의 적당한 대리인을 모색,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노스롭 사의 이 같은 대한판매를 전담하게 된 것이 재미교포인 「지미·신」씨(하와이거주) .
신씨는 84년당시 노스롭 사의 회장상담역이라는 공식직함을 갖고 있었으며 F-20의 대한판매에 대한 대리인 지정권까지 위임받았다.
노스롭 사는 신씨를 통해 한국 대리인을 찾는 과정에서 당초에는 삼성정밀·대한항공 및 한국화약·풍산금속등 대기업 접촉을 시도했다.
대한항공은 F-20기 판매 외에 노스롭과 합작투자를 통한 항공기 조립에까지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스롭사 측은 대기업의 속성상 기밀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등을 들어 「실력자」와 줄이 닿는다는 전제하에 중급규모의 기업으로 대리인 대상을 바꾸기로 했다.
가장 적합한 대상자로 부각된 것이 박종규씨와 그가 관계하고 있던 동양고속이었다 .이에 앞서 신씨는 전전대통령이 월남에 근무할 당시부터 친분을 맺은 이래 줄곧 전전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특히 한국의 군장성들과 대미군장성들의 창구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노스롭 사에 한국 정부양쪽에 「끈」을 갖고 있던 신씨는 전경환 씨를 통해 전씨가 청와대 경호원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박종규씨와 접맥을 했고 퇴역장성들이 주축이 된 동양고속의 실력자로서 박씨는 노스롭 사의 공식적인 대한대리인으로 나서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박씨는 본격적으로 노스롭 사와 접촉을 시도, 84년 LA올림픽 참관을 위한 도미중 노스롭사 회장을 만났고 이후 신씨의 주선으로 전전대통령 역시 노스롭사 회장과 하와이 등지에서 2차례에 걸쳐 회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에서의 F-20 시험 비행중 추락사고로 F-20상의 대한판매가 중도에 결렬되자 신씨는 역시 월남에서 친분을 맺은 조중훈 대한항공 회장 등과 접촉, F·20기 판매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조회장이 이에 호응, 거래가 완전 결렬될 때까지 계속 판매시도를 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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