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설만 하면 대박나나?”…해상케이블카 전성시대

중앙일보

입력

통영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모습. [중앙포토]

통영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모습. [중앙포토]

경남 통영시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길이 1975m)가 이른바 ‘대박’을 터트리면서 전국 자치단체가 앞다퉈 해상케이블카 설치에 나서고 있다. 해상 케이블카마다 연간 100만~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으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우후죽순 설치한 뒤 이용자 감소로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영 한려수도케이블카 탑승 1000만명 돌파 #거제·하동 등 앞다퉈 해상 케이블카 추진해 #“중복 투자로 수익성 낮아질 수 있다” 우려

해상케이블카 사업에 불을 지핀 건 통영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다. 2008년 4월 운행한 이 케이블카는 운행 8년이 지난 2016년 4월 탑승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는 연간 이용객 140만을 넘었다. 올해는 150만명을 기대하고 있다.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올라 바라본 아름다운 한려수도. [사진 통영광광개발공사]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올라 바라본 아름다운 한려수도. [사진 통영광광개발공사]

통영 케이블카가 인기를 끄는 건 복합적 이유가 있다. 먼저 아름다운 경치다.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해발 461m)에 오르면 남해안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통영 앞바다의 수많은 섬과 함께 맑은 날엔 일본 대마도, 전남 여수 돌산도, 지리산 천왕봉까지 볼 수 있다. 8인승 캐빈 47대가 쉬지 않고 탑승객을 실어날라 대기 시간도 길지 않다. 시간당 1000명, 10분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통영이 가진 많은 관광 자원도 한몫했다. 비탈진 골목 동피랑을 오르다 보면 형형색색 벽화가 그려진 집과 그 아래 내려다보이는 강구항은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하다. 비진도·매물도 등 수많은 섬과 이순신 장군 유적지, 꿀빵과 충무김밥·굴·회 같은 먹거리는 사시사철 관광객을 유혹한다.

케이블카 건설에 173억원을 투입한 통영시는 2016년 3월 원금을 회수했다. 그동안의 간접적인 경제효과만 연간 1500억원으로 추정한다. 통영관광개발공사 정성근 본부장은 “통영 케이블카는 연 매출 200억원, 순이익 30억원의 효자 상품”이라고 말했다.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에 관광객이 오르고 있다. [중앙 포토]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에 관광객이 오르고 있다. [중앙 포토]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가 있는 미륵산 전망대의 모습. [중앙 포토]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가 있는 미륵산 전망대의 모습. [중앙 포토]

통영의 뒤를 이은 건 2014년과 지난해 6월 개장한 여수 해상케이블카와 부산 송도 해상케이블카다. 전남 여수의 돌산 공원 내 해상케이블카 전망대에 서면 여수 앞바다 상공을 비행하듯 오가는 케이블카를 볼 수 있다. 자산공원부터 돌산 공원까지 1.5㎞를 잇는 여수 해상케이블카다. 야간 운행도 하는 이 케이블카는 밤이 되면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 뒤편으로 펼쳐진 형형색색의 야경을 볼 수 있다.

황모(44·경북 경주시)씨는 “바다 위를 횡단하는 짜릿함과 여수의 소문난 야경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어 가족들이 너무나 좋아했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 해상 케이블카 전망대에서 바라본 돌산대교와 여수 시내 야경.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여수 해상 케이블카 전망대에서 바라본 돌산대교와 여수 시내 야경.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여수의 해상 케이블카를 탄 어린이가 거북선대교와 남해바다 상공을 오가는 케이블카를 바라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여수의 해상 케이블카를 탄 어린이가 거북선대교와 남해바다 상공을 오가는 케이블카를 바라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014년 12월 운행을 시작한 여수 케이블카는 지난달 말 기준 누적 탑승객 650만명을 기록했다. 민간사업자가 360억원을 들여 건설한 이 케이블카는 한해 200억원이 넘는 매출에 지역경제 파급효과 1500억원의 효과가 있다고 여수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해 6월 개장한 부산 송도 해상케이블카는 운행 8개월만인 2월 말까지 113만명이 탑승하는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앞다퉈 해상케이블카 건설에 뛰어드는 이유다. 경남 거제시는 동부면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전망대까지 1.54㎞에 2020년 3월 운영을 목표로 해상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이다.

사천시는 동서동 초양도와 각산을 잇는 2.43㎞의 해상 케이블카를 다음 달 13일 개통한다. 하동군도 노량해협이 보이는 금남면 금오산 정상에서 청소년수련원 인근으로 이어지는 2.5㎞에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전남 여수 앞바다를 오가는 해상 케이블카의 야간 운행 모습. 여수시내와 남해 바다 일대의 불빛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여수 앞바다를 오가는 해상 케이블카의 야간 운행 모습. 여수시내와 남해 바다 일대의 불빛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 외에 목포시가 유달산과 다도해를 지나는 3.23㎞의 목포 해상케이블카를 오는 9월 개통 예정이며, 전남 해남군과 진도군, 경북 포항시 등도 해상케이블카 건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해상케이블카 건립이 잇따르자 환경 훼손과 함께 과열경쟁에 따른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전국 20여곳에 다양한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고, 30여곳이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서다.

특히 경남의 경우 해상케이블카가 있는 통영과 현재 추진 중인 거제·사천·하동이 모두 1시간 거리여서 장래에는 중복 투자로 인한 수익감소가 불가피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 모습. 송봉근 기자

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 모습. 송봉근 기자

이우상(관광경영 전공) 한국국제대 총장은 “자치단체가 해상 케이블카에 중복으로 투자할 경우 일정시기 이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케이블카와 연계된 다양한 관광상품을 지속해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여수·춘천=위성욱·최경호·박진호 기자 w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