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4조 퍼붓는데 기업 일자리 해외로 줄줄 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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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놓은 ‘특단의 대책’도 ‘나랏돈 쏟아붓기’였다. 그간 정부는 2008년 이후 21차례 일자리 관련 대책을 내놨다. 재정·세제 지원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대책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가 근본적 대책 없이 나랏돈만 허비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사이 국내 대기업은 해외에서 고용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중기 취업자 연 1000만원 지원 #고용한 기업엔 세제 혜택 주기로 #“내수 부진한 데다 규제까지 많아” #기업, 국내 고용 9% 해외 71% 늘려 #“정부, 규제 완화 등 근본 대책 필요”

관계부처 장관들이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관계부처 장관들이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열고 ‘청년 일자리 대책’을 확정했다.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을 통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실질소득을 연 1000만원 이상 늘려준다는 게 대책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청년은 고용절벽에 아우성인데 중소·중견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모순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은 취업 후 5년간 소득세를 전액 감면받는다. 또 청년내일채움공제 혜택을 확대해 중소기업 취업자가 3년 후 3000만원 이상의 돈을 모으도록 지원한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런 혜택을 다 더하면 지방 산업단지 소재 중소기업에서 초임 연봉 2500만원을 받는 대졸 취업자의 실질소득은 연 1035만원 이상 늘어난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나랏돈으로 메워 대기업에 몰린 청년의 일자리 수요를 중소기업으로 분산하려는 의도다.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는 다음달 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규모는 4조원 안팎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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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업들의 국내 고용은 사실상 멈췄다. 본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국내 주요 대기업 7곳(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지주사·공기업은 제외)의 2010~2016년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 기간 국내 직원 수는 8.5%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해외 직원은 70.5%나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직원은 2010년 9만5662명에서 2016년 9만3204명으로 소폭 줄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해외 직원은 9만4802명에서 21만5541명으로 늘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가 부진한 데다 경직된 노동환경과 규제 등이 쌓이며 주요 기업이 국내에서 고용 및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과 같은 근본적 대책이 빠진 채 이뤄지는 재정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예산 투입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내수 부진 및 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와 같은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 규제 완화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윤정민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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