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obs창업] 술 안 권하는 술집 … 가볍게 한잔만 … 요리주점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한국형 선술집을 표방하는 요리주점 ‘지짐이’의 정광현 동양공대점 점주.

'2차 가는 사람하고 사돈도 안 맺는다'. 서울 용산구 보건소는 지난해 이런 내용의 현수막을 길거리에 내걸었다. 용산구 보건소 관계자는 "현수막을 내건 것은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을 위해 보건소가 하고 있는 여러 가지 활동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지나친 음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하룻밤에 장소를 바꿔 가며 마시는 '한국식 음주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런 음주 세태의 변화는 창업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안주 값을 싸게 하고 술을 많이 팔아 매출을 올리던 전통적인 주점들은 상대적으로 손님이 줄어드는데 반해 한 자리에서 식사겸 술을 마실 수 있는 요리주점이나 전문 음식점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요리주점이란 끼니를 해결할 정도로 안주가 푸짐하고 음식 질도 높은 주점을 가리킨다. 술집이 음식점을 닮아 가면서 술집과 음식점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술을 적게 마시며 대화를 하는 음주 문화가 퍼지면서 요리주점이나 전문음식점의 인테리어는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요리 주점은 역시 일식 요리주점. 이자카야나 로바다야키, 2005년 히트 업종인 오뎅(어묵)바 등이 대표적이다. 일식 주점은 기존의 호프나 소주방과 달리 탕을 비롯해 스시.튀김류 등 안주가 다양하다. 식사대용 메뉴로는 알밥.튀김.어묵탕 등이 있다. 일식 주점들은 서울 강남과 종로, 부산 해운대 등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빠른 속도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한국식 주점'도 많이 나왔다. '섬마을 이야기'는 활어회를 팔면서 얼큰 수제비. 서더리탕. 해물누룽지탕. 매운 어묵탕. 알탕. 회덮밥을 내놓는다. 섬마을 이야기가 20~30평형대 중대형 점이라면 한국형 선술집 '지짐이'는 10~20평 대의 소형 주점이다. 전.튀김.밥.탕.구이.면 등을 메뉴에 올렸다.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해리코리아에서 운영하는 퓨전 요리주점 '유객주'는 '아늑한 분위기와 푸짐한 안주가 기다리는 곳'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유객주는 김치전 등 전 요리와 볶음요리. 조개탕.해물탕.김치우동전골 등 탕 요리 등의 메뉴를 갖췄다.

이와는 반대로 음식점이 술집을 닮아가는 사례도 있다. 서울 강남과 부산 남포동, 광주 충장로 등 지역 중심 상권에는 최근 들어 식사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 겸용 주점형 중식 레스토랑이 인기다. 기존 중식 전문점과 달리 가격이 저렴하다. 중국식 요리주점 '朋友(붕우)'는 깐풍기 등 중국 요리 가격을 1만~1만5000원에 내놨다. 중국 맥주를 곁들여 한잔 할 수 있는 주점식 대중요리점을 표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꼬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세계 꼬치 요리 전문점 '화투'는 해물꼬치 라이스, 멕시코 타코, 모듬꼬치 등을 식사 겸 안주를 할 수 있는 메뉴로 내세웠다.

요리주점이 최근 술집 창업의 대세이긴 하지만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기존 주점은 안주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안주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적었다. 하지만 요리주점으로 성공하려면 신선한 식자재 사용은 물론 요리도 전문 음식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요리주점의 성공 요건으로 ▶고객관리 프로그램 운영 등 패밀리 레스토랑급의 경영 노하우가 있어야 하며▶ 매장 내 포스터나 메뉴판의 수준도 높이고▶실내 분위기를 카페 수준으로 올려야 할 것 등을 제시했다.

서경호 기자



줄어드는 술 소비량=27일 진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소주 출고량은 몇 년째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2003년 4.7%▶2004년 4.8%이다. 2005년엔 0.2%로 거의 정체 상태다. 맥주 출고량도 줄고 있다. ▶2003년 -3.6%▶2004년 2%이다. 2005년엔 4.3%가 줄었다. 소주에 비해 시장이 많이 움츠러들었다. 진로 측은 맥주 소비가 줄고 있는 것을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소주는 경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상품인 반면 맥주는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격을 더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 문화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진로 관계자는 "2,3차를 가는 대신 1차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다 보니 1차에서 주로 마시는 소주 출고량이 조금씩이나마 매년 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