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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근처 산둥성 석탄발전소 급증, 먼지에 짓눌린 한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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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호 14면

중국발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봄이 다가오면서 미세먼지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1일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강제 차량 2부제’ 추진을 비롯한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근거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PM2.5)가 많다는 점이다.

절반 이상이 중국발 오염물질 #상당 부분은 산둥성에서 날아와 #미세먼지 심할 땐 80%까지 유입 #베이징 공장 이전 역풍 #철강 공장 등 900여 개 옮겼는데 #상당수 한반도 인근에 이전 의심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 #분진흡입차 92대 운용 도로 청소 #열화상 카메라로 공회전 차 단속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내놓은 ‘한반도 권역별 기류 유입 특성 및 오염물질 별 국내외 기여도 연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 중국발 오염물질의 비중이 제주도는 68.7%, 백령도는 62.3%, 수도권은 5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서울시내 미세먼지의 55% 가량이 국외에서 유입된 것”이란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미세먼지가 심할 때에는 중국발 오염물질 비중이 80%까지 치솟는다. 중국발 오염물질 중 상당 부분은 우리의 서해안과 인접해 있는 산둥성에서 유입된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6년 5월~6월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관측한 미세먼지 농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서울의 전체 미세먼지가 100이라고 할 때 이중 22%가 산둥성에서 유입된 것이었다.

중국은 서해안으로 공장 옮겼나

중국발 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베이징에 있는 공장들을 한반도와 인접한 해안선 일대로 이전시킨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실제 중국 정부는 수도 베이징시를 비롯한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텐진·허베이성 등 수도권) 지역에서 2013년~2017년 사이 대기오염을 25% 줄인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대기 오염 물질을 내뿜는 5개 분야(건자재·화공·섬유·인쇄·철강)의 생산시설들을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이전시킨 것도 사실이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초까지 베이징에서만 총 900여 개의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다. 덕분에 2013년 연평균 89.5㎛/㎥(㎛·마이크로그램, 1㎛=100만 분의 1g)였던 베이징의 미세먼지(PM 2.5) 농도는 2016년 연평균 73㎛/㎥로 낮아졌다. 지난해 1~11월 평균미세먼지 농도는 54㎛/㎥였다. 베이징과 달리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23㎛/㎥에서 지난해 25㎛/㎥로 다소 높아졌다. 물론 서울도 2002년(40㎛/㎥)보다는 많이 개선됐다.

 중국 공장 중 상당수는 징진지 인근 지역으로 옮겨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갑작스레 생산·소비거점에서 멀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공장이 오염물질을 내뿜는 건 사실이지만, 고용과 소비라는 경제적인 측면을 무시하고 무작정 해안선으로 옮겨질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중국은 꾸준한 경제성장으로 거의 전역에서 공장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인접한 산둥성 등에도 대기 오염원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병철 서울시 대기정책팀장은 “산둥성이나 저장성 등 우리나라와 인접한 지역에 얼마만큼 공장이 늘어나고 있는지, 또 어느 정도 대기 오염 물질이 발생하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자료조차 없다”며 “중국 정부가 일부러 해안선에 기존 공장들을 이전시킨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경제 성장과 함께 공장의 절대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2016년 발행된 ‘중국 내 석탄화력발전소의 공간적 분포(Spatial Distribution of Coal-Fired Power Plants in China)’ 연구에 따르면 1998년 해안 지역인 산둥성과 저장성 일대의 총 석탄발전용량은 각각 10GW(기가와트) 수준이었으나 2011년에는 각각 65GW 선으로 6배 이상 늘어났다. 석탄화력발전은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다. 그만큼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늘어났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언제쯤 중국발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 중국 리간제(李干杰) 환경보호부장은 19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의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은 2035년까지 생태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이 때가 되면 미세먼지의 전국 평균 농도가 국가표준인 35 ㎍/㎥ 아래로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20년은 더 있어야 중국발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환경보호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338개 도시의 지난해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47㎍/㎥로 국가표준보다 34% 정도 높다.

서울시 “할 수 있는 데까지 한다”

서울시는 올 1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3일간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실시하면서 15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는) 마중물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반박한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8일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 조사 결과 응답자의 49.3%가 (대중교통 무료 정책에 대해) 잘한 정책이라고 답해 잘못한 정책(43.5%)이란 의견보다 더 많았다”며 “미세먼지는 그 속성상 국외 요인이 크지만,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 역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집중하는 분야는 난방·발전과 자동차 부문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일이다. 서울연구원 조사 결과 국내 발생 미세먼지의 64%가 이 두 부문에서 나왔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올 하반기부터 자동차 배출가스 친환경등급제를 도입한다. 배출가스가 많은 노후 경유차 등의 도심 진입을 막는 게 골자다. 사실상 노후 경유차를 퇴출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난방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대형건물 신축시 친환경 보일러 설치도 의무화했다.

서울시가 운용 중인 분진흡입 청소차. 진공청소기처럼 도로의 먼지를 빨아들인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운용 중인 분진흡입 청소차. 진공청소기처럼 도로의 먼지를 빨아들인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또 자체 개발한 열화상 카메라를 토대로 도심 4대문 안 고궁과 학교 주변 등 시내 2700여 곳을 돌며 지나친 공회전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차들을 단속하고 있다. 또 진공청소기처럼 도로의 먼지를 빨아들이는 분진흡입 청소차 92대를 운용 중이다. 기존 물청소 방식은 미세먼지를 물로 흘려보내기 때문에 물기가 마르면 다시 미세먼지가 흩날린다는 우려가 있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올해 1월부터는 서울시와 산하 SH공사가 발주하는 모든 건설 공사장에서는 친환경 건설기계만 사용토록 했다. 건설기계 역시 주요 대기오염원으로 꼽힌다. 한 예로 1t 트럭이 하루에 배출하는 오염물질(블랙카본)은 14g 선인데 반해, 레미콘 믹서는 일 평균 150g이 넘는 오염물질을 내뿜는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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