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비행상담 50%가 가출문제|한국청소년연맹 최근 4년 통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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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앞뒤 가리지 않고 집에서 무작정 뛰쳐나가는 청소년이 크게 늘고 있다.
한껏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막연한 충동, 편안치 못한 가정분위기, 신통치 못한 성격 때문에 남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는 학교생활 등이 모두 청소년들의 「가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청소년연맹 상담실이 지난4년 동안 처리한 청소년 비행관계 상담의 약50%가 가출문제다. 또 광주시 부녀상담소가 지난해 처리한 상담내용도 가출문제가 9백5건으로 가장 많고, 광주시가 올해 1∼3월 사이에 단속한 가출청소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가 더 많은 1백71명에 이른다.
이는 모두 직·간접적으로 드러난 가출사례들일뿐 가족과 학교교사끼리만 알고 넘어가는 경우도 무수히 많으며, 아직 가출한 경험은 없지만 늘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는 청소년들은 부지기수다.
서울 S고등학교 L교사는 『대학입시로 인한 극도의 긴장과 갈등에 시달리는 고3학생들 중에는 성격이 너무 나빠 대학입시를 아예 포기해버린 학생들뿐 아니라 성적이 매우 좋은 편인 우등생조차도 「기를 쓰고 공부해도 성적이 좀처럼 오르질 않으니 난 아무래도 가망이 없는것 같다」는 식의 편지를 남기고 집을 나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특히 여름방학이 끝난 직후에 방학동안 몰려다니며 친해진 친구들(이성친구 포함)기리 까출하는 사례가 부쩍 는다고 전한다.
체력장고사에 응시하지 않으면 고등학교 진학에 문제가 생기므로 9월중에 실시되는 체력장고사 기일전에 가출한 자녀나 학생들을 찾기 위해 부모와 담임교사들이 총동원되기도 한다.
『요즘 친구들 사이에 「나 지하철 탈까봐」라는 말이 유행입니다』(TV 공익 광고에서 대화상대가 되어주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반발로 집을 뛰쳐나온 10대 소년이 지하철역에 서있는 장면 때문에 나온 유행어) 가출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방랑하는 별들』(6∼11일 국립극장소극장)을 보고 난 O군(16)의 얘기다.
그는 그 연극을 보러온 청소년들도 대부분 「집에서 나가버릴까 보다」하는 생각을 꽤 해봤을게 틀림없다면서 『얘만 해도 멀쩡한 집을 두고 따로 하숙시켜주지 않으면 가출해버리겠다고 엄마를 겁줬다니까요』라며 함께 온 친구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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