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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입당한 배현진 "뉴스 하차한 후 조명창고에서 대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앵커에게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앵커에게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배현진 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와 길환영 전 KBS 사장,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9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건 배 전 앵커였다.

배 전 앵커는 “정치란 영역은 저에게 몹시 생소한 분야이고 기대보다는 긴장과 두려움이 큰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본인의 소신을 따른 대가로 사회에서 불이익과 차별을 받는 일이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 전 앵커는 2012년 MBC 파업 때 참여한 지 100일 만에 불참을 선언하고 노조를 탈퇴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저는 노조가 주장하던 파업의 정당성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파업 참여 100일 만에 파업 불참과 노조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며 “연차 어린 여성 앵커가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은 아마 제가 알기로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배현진 전 MBC 앵커와 길환영 전 KBS 사장,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의 자유한국당 입당환영식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렸다. 홍준표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배현진 전 MBC 앵커와 길환영 전 KBS 사장,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의 자유한국당 입당환영식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렸다. 홍준표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그는 “안타깝게도 이후 저는 인격적으로 몹시 모독감을 느낄만한 각종 음해와 공격을 계속 받아오고 있고, 약 석 달 전 정식 인사통보도 받지 못한 채 8년 가까이 진행해온 뉴스데스크에서 하차해야 했다”며 "시청자들에게 마땅히 올렸어야 할 마지막 인사조차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뒤 저는 모든 업무에서 배제된 채 회사 모처의 조명기구 창고에서 업무발령을 기다리며 대기 상태로 지내왔다"며 “MBC 안에서 각자의 생각과 의견이 존중받을 수 있는 자유는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배 전 앵커는 “깊은 고심 끝에 지난 10년 간 제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MBC를 떠나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자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MBC가 바로 서고 방송 본연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주어진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언론계 두 분을 모신 배경은 이 정부의 방송 탈취 정책에 대해 국민적 심판을 한 번 받아보고자 함에 있다”고 말했다. 배 전 앵커에 대해선 “영입과정에서 배 앵커만 참 힘이 들었다”며 “영입 직전에 한 번 봤는데 얼굴만 아름다운 게 아니고 소신이 뚜렷하고 속이 꽉찬 커리어우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앵커와 길환영 전 KBS 사장,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배지를 달아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길환영,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대표, 배현진, 송언석.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앵커와 길환영 전 KBS 사장,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배지를 달아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길환영,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대표, 배현진, 송언석. 변선구 기자

애초 취재진의 질문은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영입인사 한 명에게 하나씩만 질문을 해달라고 했다.

배 전 앵커는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며 “당에서 제게 어떤 직무를 맡겨주시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고만 답했다.

이후 MBC 기자가 질문하려고 하자 홍 대표 등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사회를 보던 장제원 수석 대변인도 “영입인사 한 명에게 질문 하나씩만 해달라”며 제지했다. MBC 기자와 다른 취재진들이 “배 전 앵커에게 질문한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왜 일방적으로 진행하느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배현진 전 MBC 앵커와 길환영 전 KBS 사장,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의 자유한국당 입당환영식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렸다. 환영식 말미에 MBC기자가 배현진 전 MBC 앵커에게 질의를 하려고 하자 배 전 앵커가 자리를 뜨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배현진 전 MBC 앵커와 길환영 전 KBS 사장,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의 자유한국당 입당환영식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렸다. 환영식 말미에 MBC기자가 배현진 전 MBC 앵커에게 질의를 하려고 하자 배 전 앵커가 자리를 뜨고 있다. 변선구 기자

앞서 길환영 전 KBS 사장은 “좌파 진영에 의한 언론 장악으로 올바른 여론 형성이 차단된 상황”이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 민심이 과연 어디 있는지 명백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전 차관은 “경제정책에 있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과다인상 등 부작용을 양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며 “6ㆍ13 지방선거에서 합리적 비판과 건전한 대안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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