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사죄회견 2시간 전 취소 … 검찰, 출국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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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성폭행 의혹 폭로 4일째인 8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후 3시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직전에 취소했다.

안 “검찰 빨리 소환해달라” 문자 #성폭행 오피스텔, 친구 건설사 명의

오후 12시50분쯤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이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한 입장문에서 안 전 지사는 “모든 분들이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드리는 우선적 의무라는 판단에 따라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거듭 사죄드립니다.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주십시오. 성실하게 임하겠습니다”고 덧붙였다.

안 전 지사가 갑자기 회견을 취소한 건 전날 밤 대선 경선 때 싱크탱크에서 일하던 여직원도 성폭행했다는 추가 의혹이 보도된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 역효과를 우려해 만류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 전 지사가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당 지지율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8일 오후 예정된 기자회견을 2시간 앞두고 취소했다. 충남도청 공보실 관계자가 안 전 지사 측이 보낸 기자회견 취소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8일 오후 예정된 기자회견을 2시간 앞두고 취소했다. 충남도청 공보실 관계자가 안 전 지사 측이 보낸 기자회견 취소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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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지사가 향후 사법 절차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최초의 해명에서는 피해자 김지은씨에 대한 사과가 있었지만 이번 입장문에는 국민과 도민에 대한 사죄 입장만 밝혔다는 점에서다. 피해 여성들의 성폭행 주장을 순순히 인정하기보다 잘잘못을 검찰의 객관적이고 법률적인 판단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날 입장문에 ‘우선적 의무’, ‘한시라도 빨리 소환하라’ 등의 표현이 쓰인 것도 그런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이날 안 전 지사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검찰은 성폭행 장소로 지목된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압수한 폐쇄회로TV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안 전 지사와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김지은씨가 오피스텔에 출입하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한다. 2월 24일 밤에 안 전 지사가 오피스텔에 먼저 들어갔고 김씨가 다음 날 새벽에 들어갔다 몇 시간 후 다시 나오는 모습이 찍혔다는 것이다. 이 오피스텔은 안 전 지사의 대학 시절 친구가 대표로 있던 건설회사 명의로 등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승현·하준호 기자, 홍성=신진호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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