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사임하고 협상 경험자 적고 … 트럼프 대북 특사 구인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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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대 대북 북핵 협상 대표들. 왼쪽부터 로버트 갈루치 전 대사, 크리스토퍼 힐 전 동아태 차관보,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사, 성 김 현 필리핀 대사[중앙포토]

미국의 역대 대북 북핵 협상 대표들. 왼쪽부터 로버트 갈루치 전 대사, 크리스토퍼 힐 전 동아태 차관보,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사, 성 김 현 필리핀 대사[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앞두고 대북 협상 대표를 누구로 임명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6자 회담 수석대표를 겸직했던 조셉 윤(64)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은퇴한 뒤 후임자가 마땅치 않아서다.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북한과 대화가 중요한 단계로 진척될 경우를 대비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호흡을 맞출 대북 특사 후보를 찾고 있지만 국무부 내 적임자가 없어 외부 전문가를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직 힐 전 차관보, 현직 성 김 대사 #외부 북 전문가 임명 방안도 검토 #“트럼프·틸러슨에게 직보할 수 있고 #전권 부여받을 정도 고위 인사 필요”

현재 미 국무부 내 대북 협상 경험자는 부시 행정부에서 크리스토퍼 힐 전 동아태 차관보와 함께 6자회담에 참여했던 성 김(58) 필리핀 대사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은 북·미 협상 중단의 장기화에서 비롯됐다. 6자회담은 2009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광명성-2호를 발사한 이후 중단됐다. 2012년 2월 대북 식량 지원 대가로 6자회담 재개가 합의됐지만, 그해 4월 북한이 다시 광명성-3호를 쏘면서 이행되지 않았다. 미국으로선 약 10년간 북한과 제대로 된 협상을 해볼 기회조차 없었다.

미국의 역대 북핵 협상 대표

미국의 역대 북핵 협상 대표

제네바 기본합의를 이끈 로버트 갈루치 북핵대사의 선임보좌관을 지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7일 전화회견을 통해 과거 사례를 들어 대북 특사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을 설명했다.

우선 북한 관리들과 직접 대면해 어려운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여본 경험과 더불어 해외 다른 독재자를 상대해본 경험이다. 갈루치 전 대사의 경우 1991년 1차 걸프전 당시 이라크 무기사찰을 감독하는 유엔 특별위 부위원장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의 핵 개발을 저지한 경험이 있었다. 이어 국무부 비확산 및 핵 안전 조정관을 맡아 옛소련 핵 과학자 및 핵기술의 유출을 막는 일을 담당했다. 위트 연구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직보할 수 있고 협상 대표로서 전권을 부여받을 정도로 신임 받는 고위급 인사를 대북 특사로 임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힐 전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대북 정책추진의 삼두체제를 이룰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세 번째 조건은 북한을 직접 상대해본 경험이다. 특사 본인이 그런 경혐이 있다면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군축이나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직접 북한인을 상대해본 경험 많고 강력한 전문가 지원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트 연구원은 “조선중앙통신(KCNA) 기사나 북한 정보보고서나 읽어본 책상머리 지식이 아니라 직접 북한 관리들을 대면해봐야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감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존 볼턴 전 유엔대사를 백악관에서 비공개로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CNN은 보도했다. 볼턴은 대북 선제 공격 필요성을 주장할 정도로 강경파다. 이 면담을 두고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시각과 볼턴을 허버트 맥매스트 국가안보보좌관 후임으로 지명하기 위한 면접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워싱턴·도쿄=정효식·서승욱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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