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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먹고 … 설욕 다져" 현대 '타워' 삼성에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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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대캐피탈의 루니(가운데)와 이선규(왼쪽)가 삼성화재 프리디의 스파이크를 블로킹으로 막아내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1차전 역전패의 한을 완승으로 풀었다. 맞수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맞붙은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 3선승제) 주말 대혈전의 결과는 1승1패였다. 현대캐피탈은 26일 천안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 삼성화재를 3-0으로 완파했다. 세 세트 모두 삼성화재에 20점도 내주지 않는 압승이었다.

25일 1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은 상대를 압도했지만 경기에서는 졌다. 5세트에서 14-12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가 잇따른 범실로 14-16으로 역전패했다. 현대캐피탈 후인정은 2차전 시작 전 "어젯밤 분하고 원통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것 같아 단체로 수면제를 먹고 잤다"고 했다. 외국인 주공격수 숀 루니는 "너무 아쉬워 오늘은 오전 10시부터 출전준비를 끝냈다"고 말했다.

수면제가 경기력에 도움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수면제를 단체로 먹고 2차전을 대비할 만큼 이기려는 의지가 강했다. 2차전에서 보여준 현대의 서브리시브는 철통 같았고, 블로킹 벽은 높고 견고했다. 특히 루니(2m6㎝.12득점).이선규(2m.11득점).후인정(1m98㎝.7득점)이 네트 앞에 섰을 때 현대의 블로킹 벽은 난공불락이었다. 삼성의 오픈 공격은 물론이고, 시간차 공격도 모조리 막아냈다.

삼성의 오른쪽 공격수들이 특히 처참하게 당했다. 김세진은 1쿼터 초반 코트를 떠났고, 장병철도 오래 서 있지 못했다. 레프트 공격수인 이형두를 오른쪽에 기용하는 편법을 써야 할 정도였다. 현대는 블로킹으로만 15득점했고, 삼성은 난공불락인 현대의 블로킹 벽을 피하려다 23개의 범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자부에서도 흥국생명과 도로공사가 1승씩을 나눠가졌다. 정규 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은 1차전에서 도로공사에 1-3으로 졌으나 2차전에서는 주포 김연경(30득점)을 앞세워 3-1로 설욕했다. 3차전은 대전에서 29일 열린다.

천안=성호준 기자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

1차전에서 역전패해 오늘도 걱정했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큰소리 안 치고 "코트에서 살아남으려면 행동으로 보여줘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 어제 입은 상처까지 몽땅 갚았다. 홈에서 2연승을 거두고 원정길에 오르려 했는데 1승1패가 됐다. 커다란 영광을 위해 처음에 액땜을 했다고 생각하겠다. 우리나 삼성이나 더 이상 알 것도 없고 숨길 것도 없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

어제 경기로 체력이 떨어졌다. 초반에 잘 안 풀려 김세진과 신진식을 빼고 체력을 안배했다. 이틀 연속 경기는 노장이 많고 키가 작은 우리가 불리하다. 그러나 이틀을 쉬고 하는 3차전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이틀을 쉬니 4차전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다. 완패했지만 현대도 별로 잘하지 못했다. 결승전은 누가 잘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무너지지 않느냐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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