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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사죄 기자회견' 전격 취소… "검찰 소환해달라"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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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정무비서와 자신이 설립한 연구소의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가 기자회견을 갑자기 취소했다.

8일 오후 기자회견 2시간 앞두고 전 비서실장 통해 전달 #안 전 지사 "수사 성실히 협조하는 게 우선적 의무 판단" #安 주변 "성폭행 추가 폭로 부담, 거짓말 들통날까 우려"

안 전 지사는 8일 오후 1시 측근인 신형철 전 비서실장을 통해 “(충남)도청에서 갖기로 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오후 3시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불과 2시간 앞두고서다. 신 전 비서실장은 이런 내용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달했다.

정무비서와 자신이 설립한 연구소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8일 오후 3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신진호 기자

정무비서와 자신이 설립한 연구소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8일 오후 3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신진호 기자

안 전 지사는 취소 이유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국민 여러분, 충남도민 여러분 앞에서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자 했다”며 “모든 분이 신속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에 출석,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하는 우선적 의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듭 사죄드린다.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달라.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김지은(33)씨의 성폭행 폭로 이후 잠적, 측근들과 변호인 선임 등을 논의하던 안 전 지사는 지난 7일 오후 5시48분 신 전 비서실장을 통해 ‘충남도청에서 입장발표를 하겠다’고 알려왔다. ‘국민·도민께 사죄의 말씀을 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잠적한 지 사흘 만이었다.

8일 오후 1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측근인 신형철 전 비서실장을 통해 기자들에게 전달한 기자회견 취소 문자. 신진호 기자

8일 오후 1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측근인 신형철 전 비서실장을 통해 기자들에게 전달한 기자회견 취소 문자. 신진호 기자

안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성폭행 폭로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2~3분가량 밝힌 뒤 곧바로 도청을 떠날 예정이었다. 추가 피해자 여부와 향후 일정 등 별도의 질문은 받지 않기로 했다. 도청 직원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민선 5~6기 8년간 도지사로 재임했던 곳에서 안 전 지사가 사죄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7일 밤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여직원 A씨의 성폭행이 추가 폭로되면서 부담이 커지자 측근들은 기자회견 취소를 검토했다고 한다. 경선캠프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성명서를 통해 캠프에서 겪었던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을 공개하자 결국 취소를 결정했다.

김지은씨의 첫 번째 폭로 직후 “더 이상이 피해자는 없다”던 자신들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나자 ‘사과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 전 지사의 한 측근은 “피해자가 더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오보”라며 김씨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8일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충남 내포신도시 충남도지사 관사에서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 신진호 기자

8일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충남 내포신도시 충남도지사 관사에서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 신진호 기자

애초 안 전 지사 측근들은 “기자회견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안희정)지사님이 누구와 어디에 있는지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외부활동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성폭행 추가 폭로로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강행할 경우 잃는 게 더 많아 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복수의 피해자가 더 있다”는 취지의 김지은씨 말대로 제3의 피해자가 나오면 ‘사죄회견’이 무의미하게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측근들과 함께 서울 근교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안 전 지사는 당분간 외부에 행적을 드러내지 않고 변호인 선임 등 법적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인단은 2~3명가량으로 꾸릴 예정이다.

이날 오전부터 충남도청과 천안에서는 안 전 지사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충남도 인권위원회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이 220만 충남도민은 물론 전 국민의 분노와 지탄을 받아 마땅한 반인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충남 여성사회단체 회원 300여 명도 천안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여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법대로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자시의 기자회견을 취재하기 위해 대기 중인 방송사 중계차. 안 전 지사는 8일 오후 3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신진호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자시의 기자회견을 취재하기 위해 대기 중인 방송사 중계차. 안 전 지사는 8일 오후 3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신진호 기자

경찰은 안 전 지사의 기자회견에 대비해 도청 외부에 경찰 4개 중대 300여 명을 배치하고 내부에도 경찰관을 배치했다. 안 전 지사 지지자와 반대자가 몰려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해서다.

충남도공무원노조는 “국민과 약속한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또 숨어버린 당신을 오늘부터 ‘안희정’으로 부르겠다”며 “도민과 도청 직원들은 배신을 당했다. 즉시 자진 출두해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라”고 촉구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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