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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군상륙 대비 130km해안 "철통방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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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삿포로=안희창특파원】일본외무성 초청으로 지난12일부터 21일까지 일본을 방문한 길에 삿포로에 있는 일본육상자위대의 11사단을 찾아갔다.
북해도의 중심도시인 삿포로에서 남쪽으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11사단은 일본육상자위대가 자랑하는 최정예부대-.
자위관모집광고와 북방영토회복촉구 게시판이 잇달아 보이는 거리를 달려 위병소에 도착했다.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서인지 우리나라 전방부대에서 느끼는 병영의 스산한 분위기는 없어보였다.
사단사령부에 갔다. 사단장인「아키라·오다하라」(소전원소) 육장 (중장)을 비롯한 막료장(참모장)과 일반 참모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아키라」사단장에게 대뜸 『2차대전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35년생』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막료장은 북해도는 △소련의함대가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선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소야해협 (사할린과 북해도사이)쓰가루해협(북해도와 본주사이)대마도해협중 2개와 접촉하고있고△미본토에 미사일을 날릴수 있는 위치에 있는 오호츠크해를 내해화하려는 소련의 의도를 견제할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극동지역에서 소련이 취하고 있는 군비증강과 관련, 『11사단은 9백30여km의 해안방어선중 14개지역 (1백30km)에서 상륙공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북해도에는 11사단이외에 2, 5사단과 기갑사단인 7사단이 배치되어 있고 이들 사단들은 북부방면대를 구성하고 있다.
적의 상륙탱크들을 일정거리(지뢰지대)까지 유인, 정면에서는 탱크·무반동포·대전차 유도탄으로, 왼쪽에서는 기동타격대(주로 7사단)소속탱크로, 후방에서 자주탄포를 집중, 섬멸한다는것이 방어전략의 핵심이다.
이와함께 적의 군함과 전투기는 각각 미사일로 응수하고, 공수부대는 다연장로키트와 기동타격대소속 전차로 공격한다는 전술이다.
『한국에는 북한군이라는 분명한 적의 개념이 있는데 일본의 적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아키라」사단장은 『우리는 적이라는 개념을 안쓴다. 어떤 국가의 군비를 보고 일본에 잠재적 위협을 주는 국가인지의 여부를 관찰하고 있을뿐』이라고 대답했다.
현실적으로 소련을 제외하고 일본 주위의 어느 나라가 북해도에 구태여 상륙하겠는가.
북방영토를 반환받으려는 자위대의 의지는 어느 정도인가고 물었지만 『우리는 헌법상 군사력으로 분쟁을 해결치 못하도록 되어있다』고만 받아넘겼다.
이어 장비시범이 벌어졌다. 가장 눈길을 끈 장비는 육자대의 주력전차인 74식전차-. 최고시속 53km, 행동거리 3백km에 1백5mm포로 무장한 이전차는 차체의 전·후·좌·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산이 많은 일본지형에 알맞도록 특수 설계됐다』고 안내장교가 설명했다.
보병부대에서 기갑장비들만 보아 부대전체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가 될지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이같은 첨단기술로 무장한 「신일본군」에 과거 태평양전쟁시의 「투혼」이 가미된다면 그 전력이 어떠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간다.
「아키라」사단장은 『군사력으로 분쟁을 해결할수 없도록 되어있다』는 말로 일본의 군사대국으로서의 등장에 대한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88년도 일본의 방위비예산은 약3백억달러로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비슷한 규모다.
주일한국대사관의 당국자는 『일본정부인사들은 군사대국을 절대 원치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방위비가 커지다 보면 자연히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것 아니냐』며 『일본의 군수산업은 타중공업과 연계되어 있어 경기가 좋을때는 별문제가 없겠으나 그렇지 않을때는 예측할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주위를 둘러싼 국제관계질서가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현시점에서 일본의방위력증강이 우리 안보에 미칠 영향을 심사숙고해야할 시점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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