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에 “예외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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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와 관련 모든 수출국에 예외가 없는 일률적 관세가 될 것을 시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ABC방송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블룸버그]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블룸버그]

 FT에 따르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상황에서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개별 국가들을 일일이 봐주지는 않을 것(no carve-out for individual countries)”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바로 “면제 시작하면 다른 국가 관세 올려야” #로스 장관, EU 보복에 대해 “美경제의 작은 부분”

 “면제를 시작하면 다른 모든 국가의 관세를 인상해야 한다”며 “그것은 미끄러운 경사면(슬리퍼리 슬로프)”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미끄러운 경사면은 일단 시작되면 중단하기 어렵고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일각에서는 미 상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3가지 규제방안 보고서에 포함된 예외조항에 근거해 일부 동맹국에 면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의 경우 미국 경제와 안보 관련 이해를 고려해 특정 국가를 면제할 수 있게 돼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이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 면제에 관해 설명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문제로 세계 여러 정상과 통화했다고도 덧붙였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AP=연합뉴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AP=연합뉴스]

 그는 특히 관세가 미국의 일자리 감소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난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가 부과하는 관세의 총액은 연간 약 90억 달러(9조7470억원)”라며 “(관세 부과가) 많은 일자리를 파괴하고 가격을 올리고 일을 혼란시킬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관세 부과는 수십 년간 미국에 불리했던 무역 정책을 시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로스 장관은 유럽연합(EU)이 보복 조치로 28억 유로 규모(3조7342억원)의 미국산 제품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는 데 대해서는 “꽤 사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복 조치는) 30억 달러(3조2490억원)에 해당한다. 우리 경제에서 아주 작은 일부분”이라며 “개별 업체에 잠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반올림 오차 이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예고에 주변국들은 반발하고 있다.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깊은 우려를 전하며 “전세계 철강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부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조슈아 볼튼은 폭스뉴스에 “관세 패널티는 광범위한 경제 부문에 걸쳐 엄청난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글로벌시대에 아무도 무역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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