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대책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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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상품권의 전면 금지조치가 유명무실한 가운데 소비자들의 피해만 날로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김병기씨 (42·서울강동구고덕동)는 최근 분실신고한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지났는데도 재 발급해 주지 않는다고 전국주부교실중앙회 소비자고발센터에 고발해왔다.
87년6월 A양복점으로부터 29만원짜리 상품권2장을 발급받아 형제들에게 선물했다가 1주일후 한장이 분실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A양복점에 즉시 분실사실을 알리고 유효기간 3개월이 훨씬 지난 지난4월까지 아무도 양복을 해간 이가 없자 재발급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것.
A양복점은 상품권이란 유가증권과 같고 원소지자가 누구인지 알수없으므로 유가증권의 시효인 10년안에는 누구든 소지자에게 양복을 해줄수밖에 없으므로 재발급을 할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주부교실 김혜경소비자보호부장은 『당국에 문의했으나 현재 상품권 발행이 금지돼 있으므로 보호가 곤란하며 소액재판 청구를 할수밖에 없다는 답변뿐이었다』고 말했다.
대한주부클럽 연합회에 고발해온 최미영씨(52·서울서대문구연희동)도 피해구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 케이스.
77년9월에 발행된 K양복점의 양복(순모) 1벌 상품권을 금년에 우연히 발견, 양복을 마추려했으나 거절당했다.
K양복점은 당시 5만5천원에 판매된 것이므로 현재 순모1벌가격의 50%인 15만원만 인정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품권이 주로 발급되는 업종은 제화점·양복점·의상점·케이크점등. 금액이나 품목을 적어 발급하는데 금액만 기재가 됐을 경우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고 입금표로 대치시키거나, 품목의 경우 소재를 별도 기입하지 않아 소비자와의 마찰이 자주 일어난다.
이밖에도 『업주가 바뀌어 상품권은 인수인계받은 바없다』든지 상호변경을 이유로 물품제공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
최근에는 유명 의류메이커들이 임대 할인매장임을 내세워 일종의 우대권 형태로 1만원짜리 상품권을 발행, 사이즈가 없거나 마음에 드는것이 없어 현금반환을 요구할 경우 되돌려주지 않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상품권은 지난61년 상품권법이 제정되면서 통용됐으나 뇌물·과소비등의 부작용으로 75년12월부터 전면 금지돼왔다. 그러나 당국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상품권이 갖는 편이성 때문에 찾는 이들이 많아 갖가지형태로 계속 발행되고 있다. 이처럼 상품권의 「음성적」통용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계속 늘어 현재 각소비자 단체마다 연간 20∼50건의 고발이 접수되고 있으나 피해보상기준도 없어 처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김재옥사무처장은 『실태조사등을 실시, 상품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소비자피해구제책을 세우는등 전면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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