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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브라질 가짜 여권에 숨겨진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Josef Pwag’ 대 ‘Josef Pawag’.
한 글자 차이지만 두가지 모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브라질식 이름이다.

1996년 체코 프라하 브라질 대사관에서 발급된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추정 여권사본. [사진 로이텨=연합뉴스]

1996년 체코 프라하 브라질 대사관에서 발급된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추정 여권사본. [사진 로이텨=연합뉴스]

전자는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유럽의 고위 안보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브라질 여권사본에 기재된 김정은의 이름이다. 1996년 2월 체코 프라하에 있는 브라질 대사관에서 발급됐다는 스탬프가 찍여있는 만큼 김정은이 10대 초반 무렵 만들었던 브라질 가짜 여권으로 보인다.

1991년 도쿄 방문때도 브라질 여권 사용 #96년 발급 브라질 여권 이름과 한 글자 차이 # 브라질 인종 다양해 여권 암거래 활발 #

2011년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a’가 하나 더 들어간 후자의 이름은 1991년 8살짜리 김정은이 일본을 극비리에 방문했을 때 사용한 브라질 가짜 여권에 기재돼 있었다.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미키 마우스를 보고 싶다는 막내 아들을 위해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선택한 선물이 브라질 가짜 여권이었던 셈이다. 당시 차남인 김정철도 브라질 여권을 이용해 동생과 같이 일본으로 입국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보도했다. 물론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경호원도 대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1년 꼬마 김정은이 그토록 보고싶었던 디즈니랜드 미키마우스. [중앙포토]

1991년 꼬마 김정은이 그토록 보고싶었던 디즈니랜드 미키마우스. [중앙포토]

같은 브라질 여권인데, 96년에 만든 여권의 이름에서는 ‘a’를 빼서 발음하기도 힘든 ‘Pwag’로 발급받은 이유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91년 도쿄 방문을 포함해 김정일 일가가 세계를 암행하는데 브라질 여권이 자주 쓰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96년 발급된 여권 사본을 입수한 로이터 통신은 김정일 부자의 브라질 여권은 최소 2개의 서방 국가에 비자발급 신청을 위해 제출됐으나 실제 비자가 발급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브라질 여권은 범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권으로 꼽힌다. 브라질이 백인부터 흑인, 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이 모인 라틴국가일 뿐 아니라 여권 암거래 시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나치 전범들도 2차 대전 이후 브라질에 은거하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에 의해 체포된 경우가 많았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대인 집단학살을 주도해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을 가진 요제프 멩겔라 또한 모사드의 추격으로 남미 일대를 떠돌다 1979년 상파울루 해안에서 수영 중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일가가 브라질 가짜 여권을 만든 데 대해 유럽의 안보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여행 욕구나 유사시 가능한 탈출로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은 지난 2006년 독일 베를린, 2011년 싱가포르, 2015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에릭 클랩튼의 공연장을 찾았다가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미디어의 시선에서 벗어나 여행을 즐기기 위해 브라질 가짜 여권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15년 영국 런던의 에릭 클랩톤 공연장을 찾은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 [중앙포토]

2015년 영국 런던의 에릭 클랩톤 공연장을 찾은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 [중앙포토]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쿰푸르 공항에서 암살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도 김철이라는 이름의 북한 위조여권을 지니고 있었다. 그만큼 김정은 일가에 가짜 여권은 일상사인 셈이다.

브라질 외교부는 김정은 일가에 대한 여권발급 과정을 조사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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