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투 운동마저 편 갈라서 오염시키려는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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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투(#MeToo·나도 성폭력 당했다) 운동마저 네 편, 내 편을 갈라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24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앞으로 미투 운동을 공작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어설픈 공작론을 내놨다. 공작의 주체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진보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으니 사실상 보수진영을 겨냥한 셈이다.

친여 성향으로 공인된 김씨지만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페이스북에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일을 모를 수가 없을 텐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하느냐”고 비판에 나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금 의원이 진영 내에서 인신 공격을 받았다. 특히 정청래 전 의원은 트위터에 “난독증도 이런 난독증이 없네. 뜨고 싶었나. 그러니까 가끔 뉴스공장(김씨가 진행하는 방송프로그램)에 불러주지 그랬어”라고 비아냥거렸다. 조금이라도 진영논리를 벗어나 상식적인 주장을 펴는 사람들에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 여권의 현실이다. 같은 당 손혜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시사에 대한 약간의 상식과 고2 국어 수준의 독해력이 필요한 문장이었지만 이렇게 해석이 분분할 줄 몰랐다”고 비꼬았다. 독해력이 떨어지는 쪽은 도대체 어느 쪽인가.

야권에서도 음모론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우리 당 의원을 음해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소위 미투 운동이…”라면서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무슨 음모인 것처럼 적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과 용기, 그들의 폭로가 일깨우고 있는 정의와 양심의 보편성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공작론이나 음모론이 나올 순 없다. 그렇지 않고 얄팍하게 주판알을 굴려 진영논리로 미투 운동을 오염시키려 들다간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