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치킨게임 벌이는 한국GM 노사에 혈세 지원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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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GM 노사가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정부를 향해 상대방을 압박해 달라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이달 초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 들어간 이후 군산공장 폐쇄 발표가 나오자 단 한 차례도 추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어느 쪽 목소리가 더 큰지 보자는 식으로 장외에서 자기 입장만 우기고 있다.

양측은 노사 자율로 풀어야 할 임·단협 협상에 정부와 청와대를 끌어들여 책임을 전가하려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21일 정부와 산업은행 면담에서 “인건비 절감이 필수적”이라며 “노조에 고통분담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GM 본사는 글로벌 신차 배정에 앞서 모두 56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단협 협상에서 국내 근로자 1만6000명의 복리후생비 3000억원을 깎고 임금동결, 상여금 지급 보류를 통해 2600억원을 추가로 절감해야 한다는 게 GM의 입장이다.

노조는 협상 대신 아예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노조는 “현 사태의 책임은 GM 본사에 대해 어떠한 견제나 경영감시를 하지 않은 정부에 있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에 방패막이가 돼 달라는 것이다.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 등 9개 요구안을 내놓고 23일 부평공장 집회에 이어 27일 군산 집회를 거쳐 28일에는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며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한국GM의 노사는 대립하고 있다. 이런 회사엔 한 푼의 혈세도 지원할 수 없다. 잘나갈 때는 자기들끼리 수익을 사유화해 놓고 왜 경영실패의 책임은 우리 사회와 정부에 떠넘기는가. 이제라도 한국GM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가혹할 정도의 구조조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공적자금에 손 벌리기에 앞서 납세자에게 취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