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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블랙리스트’ PC 드디어 연다…“당사자 동의 얻어”

중앙일보

입력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규명하는 특별조사단이 기존 조사에서 비밀번호에 걸려 열지 못했던 암호파일 760여개를 개봉해 문건 내용을 확인하기로 했다. 또 블랙리스트 의혹을 책임지고 법원을 떠난 임종헌(59ㆍ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도 검증 대상에 포함시켰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23일 오후 1차 회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일부에서 제기되는 사생활 침해 등 위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컴퓨터 사용자였던 임 전 차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2명의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들로부터 컴퓨터 검증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고 특별조사단은 밝혔다.
특별조사단은 “추가조사에서 열어보지 못한 760개의 비밀번호 설정 파일에 대해서는 관련자들로부터 비밀번호를 확보해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해당 파일에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비밀번호를 관련자 4인들로부터 확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단, 법원행정처 PC 4대 조사 # 760개 암호파일도 개봉 # 임종헌 전 차장 PC도 포함 # “당사자 동의 얻고 비밀번호 받아” # 조사 적정성 등 논란 재연될 듯

앞서 추가조사위는 법원행정처 일부 컴퓨터에서 일부 법관의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을 분석하는 등 법관 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을 발견했다.
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형사재판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에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외압을 넣으려 했고, 법원행정처가 재판 쟁점 등을 놓고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난 문건도 공개됐다.

하지만 파일명 ‘인권법연구회대응방안(인사)’ 등 비밀번호가 걸린 760여개 파일은 문건 작성자의 협조를 얻지 못해 열어보지도 못한 채 조사를 마쳐야 했다. 이 때문에 법관 사찰이나 재판 개입 의혹은 완전히 규명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별조사단이 당사자들에게 비밀번호를 받아 모든 암호파일을 열어보기로 함에 따라, 앞서 추가조사위가 발견했던 문건 못지않은 내용을 담은 다수의 문건이 드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추가조사위는 임 전 차장이 사용한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대한 조사도 시도했지만, 컴퓨터 확보에 실패하면서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조사의 시간적 범위는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설립된 2011년 11월부터 진상조사위원회가 활동을 마친 2017년 4월까지로 정했다. 이는 앞선 추가조사위원회에서 설정했던 것과 같은 범위다. 조사 대상은 추가조사위원회에서 제기한 주요 의혹들 모두를 포함시켰다.
PC 개봉 및 검증을 위한 디지털포렌식 조사는 오는 26일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법원 내부에서는 조사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두고 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법원 내부에선 PC 개봉 등이 영장주의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김태규 부장판사 등)도 나온 상황이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12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추가조사위의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후속조치를 논의할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안철상(61·사법연수원 15기) 법원행정처장을 단장으로 하고, 노태악(56ㆍ16기) 서울북부지방법원장과 이성복(58ㆍ16기)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정재헌(50ㆍ29기)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 구태회(38ㆍ34기) 사법연수원 교수, 김흥준(57ㆍ17기) 행정처 윤리감사관 등 총 6명이 참여했다. 이 의장과 정 국장, 김 감사관은 모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며 이 의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구성원이다. 두 단체 모두 김명수 (59ㆍ15기) 대법원장이 회장으로 있었던 곳이라, 조사단 구성에 대한 공정성 시비도 일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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