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개편 이후 교양물 푸대접 여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5월8일부터 서머타임제 실시에 따라 새로 편성된 KBS·MBC 양 TV의 봄철 프로개편이 교양프로를 심야시간대(밤 12시 이후)로 밀어내는 등 국내 TV의 「오락프로 평향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 프로개편에 따른 양 TV의 교양프로 편성비율은 현재 K-l TV가 49.7%, K-2 TV가 47%, M-TV가 46.7%로 오락프로의 비율(K-1 TV 13.6%, K-2 TV 29%, M-TV 28.8%)과 비교해 볼 때 낮은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주 시청시간대(오후 7시∼10시)에 3개 채널 모두 드라마 12편, 코미디 3편, 쇼·오락 9편이 편성됐으나 교양프로는 하나도 없다는 것.
이번 개편에서 교양프로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은 『문화가 산책』 『KBS특집』 『금요토론』 『생방송 전화를 받습니다』(K-l TV) 『11시에 만납시다』 『다큐멘터리극장』 『한밤의 클래식』(K-2 TV) 『명작의 무대』 『진단88』『청소년 음악회』 『우리가락 한마당』 『불가사의의 세계』 『세계의 표정』 『문화초점』(M-TV) 등.
서머타임제를 감안, 주 시청시간대를 밤 11시까지로 1시간 연장한다 하더라도 이 시간대에 걸리는 것은 신설프로인 『대황하』 『명작의 무대』 등과 기존프로인 『금요토론』 등 모두 6편에 불과하다.
양 TV는 또 서머타임실시에 따라 1시간 연장된 방송시간을 이용, 이 시간대에 시청률 낮은 교양프로를 「집단유배」 시켜놓던 지난해의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M-TV의 경우 기존프로인 『청소년음악회』를 밤 12시 20분에 편성, 시청자 층인 청소년들의 생활리듬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이 같은 경우는 기존 국악프로인 『우리가락 한마당』도 마찬가지.
또 M-TV의 신설심야프로인 『문화초점』(금 밤 12시20분)은 지난 해 서머타임기간동안 방영된 후 슬그머니 사라진 『문화저널』의 재판으로 서머타임용 철새프로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보도·교양채널인 K-1 TV가 이번 개편으로 새 드라마 『사랑의 기쁨』을 밤 9시50분에 편성하면서 볼만한 교양프로들을 밤늦은 시간으로 밀어낸 것은 공영방송의 간판채널로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양 TV의 봄철 개편에 대해 방송 전문가들은 1시간 연장된 방송시간을 이용, 신설·기존교양프로를 시청의 사각지대로 내몰면서 교양프로의 편성비율을 형식적으로 높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겠다는 공영방송의 구태의연한 태도가 다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