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관왕도 기대한 최민정...실격·충돌 '불운'에 울다

대한민국 최민정이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기록을 보고 있다. 최민정은 준결승에서 중국의 페널티로 결승에 진출했다. 2018.2.22/뉴스1

내심 4관왕까지 기대했던 최민정(20·성남시청)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2관왕으로 마치게 됐다.

최민정은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ｍ 결승에서 심석희(21·한국체대)와 부딪쳐 넘어지며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500ｍ와 3000ｍ 계주 금메달을 딴 최민정은 1000ｍ에서 대회 3관왕에 도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민정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과 피나는 노력이 더해진 천재 중의 천재로 불린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전종목 석권도 가능하리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민정은 자신의 취약 종목인 500m 정상 등극을 위해 근력 운동에 힘쓰고, 체중을 2~3㎏ 늘려 파워를 키웠다. 여기에 몸의 자세와 스케이트 날 방향까지 바꾸며 세밀하게 준비했다. 최민정은 "전관왕 가능성이 있다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불운에 울었다. 지난 13일 열린 여자 500m 결승에서 최민정은 이탈리아 아리아나 폰타나에 이어 2위로 들어왔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킴 부탱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그의 진로를 가로막았다고 밝혀져 실격당했다.

최민정은 불의의 실격 이후에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레이스를 펼쳤다. 1500m와 3000m 계주에선 예상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1500m에선 2위에 무려 0.755초나 앞서며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이날 마지막 1000m를 앞두고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진선유와 안현수가 달성한 3관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림픽] 넘어지는 심석희 (강릉=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2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 중 심석희가 최민정과 충돌해 넘어지고 있다. 2018.2.22 imag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마지막 단추도 생각대로 끼워지지 않았다. 이날 1000m에서 최민정은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 과정에서 팀 동료 심석희과 진로가 겹치며 충돌해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초반부터 치고 나가지 못한 아쉬움도 컸다. 이렇게 최민정은 자신의 첫 올림픽 도전을 금메달 2개로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불운에 울며 아쉬움을 곱씹었지만 4년 뒤 베이징올림픽도 최민정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스무살로 어린데다 이번 대회에서 최민정의 압도적인 순간 스퍼트를 따라 잡을 선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관왕' 최민정이 활약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3, 은1, 동2개를 따냈다. 4년 전 소치(금2, 은1, 동2) 때의 성적을 뛰어넘었고, 이번 대회 쇼트트랙 출전국 가운데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냈다.

강릉=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