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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내 직업은 까꿍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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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전업 주부였던 박옥자(44)씨는 지난해부터 맞벌이 가정의 아이를 돌봐주는 베이비시터(육아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아기 선생님'이라고 표현한다. 전업 주부들이 아이를 돌보는 일을 많이 하지만 최근에는 교사.간호사 출신도 베이비시터를 한다. 베이비시터가 그만큼 주부의 전문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베이비시터 인력을 파견하는 인터넷 포털 업체는 수십 개에 달한다. 이들은 베이비시터를 일정 기간 가르쳐 가정에 파견한다. 알음알음으로 가정부를 구하던 시대는 지났다. 취업 포털 업계의 관계자는 "육아의 노하우를 쌓으면 전문 직업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보수는 월 80만~120만원, 시간당 4600~6300원 수준. 돌봐주는 아이의 집에 같이 살거나 가사 도우미를 겸할 때는 20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기도 한다.

박씨는 서울 공릉동의 한 가정에 월~금요일 주 5회 일한다. 오후 2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하루 8시간 네 살짜리 여자 아이를 돌본다. 박씨는 인터넷 포털 업체인 '고운빛 베이비시터'의 소개로 베이비시터가 됐다.

베이비시터 파견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부 회사의 선발 절차는 까다롭다. 대개 37~52세 주부 중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하고, 신원보증을 서게 한다. 신용 상태도 살핀다. 그다음 3~4일간 교육을 한다. 기저귀 갈기, 우유병 삶기 등 육아법부터 놀이 방법 등을 가르친다. 일하는 내용과 보수도 회사가 정한다. 박씨는 아이들을 돌보고 밥을 챙겨주는 일 외에 가사 업무는 하지 않는다. 80만원대의 월급을 받으며 추가 업무를 할 때는 돈을 더 받는다. 베이비시터 파견 회사는 고객인 가정으로부터 돈을 받아 수수료(10%)를 뺀 금액을 베이비시터에게 준다. 고객의 불만이 있을 때는 회사가 나서서 가정과 베이비시터 간 중재 역할을 한다. 박씨는 "돈을 받는 직장이지만 내 자식 키우듯이 정성과 사랑을 쏟는다"며 "생후 18개월때부터 1년간 예쁘게 자란 아이를 지켜 볼 때면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했던 장모(45)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인천에서 베이비시터로 일한다. 구청이 개설한 평생학습 과정에 들어가 주 1회 3개월 동안 베이비시터 교육을 받았다. 구청과 연결된 인터넷 업체를 통해 베이비시터 자리를 소개받았다. 하루 4~5시간씩 정해진 시간에 7살, 10살짜리 형제의 생활과 식사 등을 챙긴다. 자신도 대학생이 된 남매를 키웠지만 육아 관련 서적을 최근 탐독하고 있다. 신세대 맞벌이 부부들과 육아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다. 장씨는 "엄마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역할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월 50만원대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그는 일 나가는 가정의 수를 더 늘릴 작정이다. 장씨는 "젊었을 때 했던 일은 그 나이 때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지금은 베이비시터 일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비시터코리아의 정지아 기획실장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졌고, 40대 가정주부들은 자녀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서면서 경쟁력이 있는 베이비시터만이 대우도 받고 오래 일한다"고 말했다. 최근 직접 파견 회사를 찾아 베이비시터를 고르는 아빠.엄마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베이비시터는 고충도 적지 않다. 엄마들이 베이비시터를 하인 다루듯 하면 자존심이 상한다. 또 아이가 아토피 피부병을 앓아 종일 뒤척거릴 때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예전 아줌마는 안 그랬는데'라고 아이가 떼를 쓰면 마음 고생도 해야 한다. 정 실장은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받고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년 이상 한 가정에서 일하는 베이비시터는 전체의 20~3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베이비시터 파견 업계의 추산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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