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뿌린「어버이날」굿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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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놈들! 물먹여 죽이고, 전기불로 태워죽이고, 멀쩡한 사람 병신만드는 인간사냥꾼 고문귀신 물러가라.』
돼지머리가 입을 벌리고있는 고사상앞에 향을 피우고제주가 낭랑한 목소리로 고사문을 읽는다.
『광주에서 학살하고 구로에서 만행하는 폭력귀신 물러가라.민주일꾼 눈물흘리게하는 직격탄·지랄탄, 사람까지 잡아먹는 최루탄 귀신 물러가라.』
고사문이 끝날때마다 북과꽹과리 장단에 맞춰 2백여명의 참석자들은『물러가라』『물러가라』목청껏 후렴구호를 외쳐댄다.
『이땅에 고문없고, 구속없고, 폭력 없고, 수탈 없고 착취없는 더이상 우리어머님·아버님피눈물 안보이실 진정한 민주주의 큰귀신님 납시옵소서….』
어버이날인 8일 오후2시 서울경희궁옛터에서 열린 민가협 주최「양심수전원석방을 위한 한마당 굿판」.
고사가 끝나자 최근 석방된 학생등 재학생들이 아직도 옥중에 있는 동료들과 어버이앞에 나란히 섰다.
『저희들 모두가 어머님 아버님의 아들딸 들입니다. 그동안 옥바라지 하느라 얼마나 고생이많으십니까.』
옥중의 아들·딸을 대신한「부모님께 드리는 글」낭독에 이어 학생들이「어버이날 노래」를 합창하며 부모님들의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었다.
격앙된 감정이 이곳저곳에서 낮은 흐느낌으로 터졌다.『새정부는 민주화를 한다면서 왜 죄없는 우리 아들을풀어주지 않습니까.』
86년10월「반제동맹」사건과관련,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이민영씨(27·서울대물리3 제적) 어머니 성애만씨(52)의 목멘 항변. 단 한사람 부모의 눈자위에 눈물이 없는 환한 웃음만의 어버이날은 과연 올수 없는것일까. <이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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