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찰, 다스 소송비 대납 원포인트 사면 대가 의심…MB “악의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학수(72) 전 삼성 부회장으로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기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지난 15일 받았다. 옛 삼성 미래전략실의 전신 격인 구조조정본부 본부장ㆍ전략기획실장을 지낸 이 전 부회장은 이명박(77)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대학 동문이기도 하다.

이학수 부회장, 검찰에 자수서 제출 #"다스 미 법원 소송비 대신 냈다" #검찰, 뇌물죄 적용도 검토 #MB 측 "올림픽 유치 등 국익 위해 한 일"

검찰에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신 냈다는 자수서를 제출한 이학수(오른쪽) 전 부회장. [중앙포토]

검찰에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신 냈다는 자수서를 제출한 이학수(오른쪽) 전 부회장. [중앙포토]

18일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2009~2011년 미국법인 계좌를 통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맡은 로펌 ‘에이킨 검프’에 370만 달러(약 45억원 상당)를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했다. 이 전 부회장 역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소송 비용과 관련해 김백준(79ㆍ구속)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여러 차례 상의했으며, 이건희 회장의 선처를 일정 정도 기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킨 검프는 2011년 애플과 삼성전자 간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비롯해 1998년부터 삼성전자의 대(對) 미국 소송을 도맡아온 업체다. 실제로 다스는 2009년 에이킨 검프를 선임하고 약 2년 만인 2011년 2월 김경준씨로부터 BBK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중앙포토]

삼성이 지불했다는 다스 소송비(370만 달러)와 관련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3자 뇌물’이 아닌 ‘단순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다스-삼성’이라는 연결고리 없이 사실상 다스를 이 전 대통령 소유로 규정짓는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뇌물죄는 제3자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 없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 오간 것만으로 성립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이 아무런 금전 관계가 없는 다스에 왜 소송비를 대신 내줬겠느냐”며 “이번 수사는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뇌물 수사”라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은 2009년 8월 배임ㆍ조세포탈 혐의로 확정 판결(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은 이건희 회장이 그해 12월31일 특별사면·복권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3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 국가적 관점에서 결심하게 됐다”며 사면 이유를 밝혔다. 이때만 하더라도 평창은 2003년 밴쿠버, 2007년 소치와의 유치전에서 두번 잇따라 떨어졌다. 2007년 소치와의 경쟁 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최종 유치투표장소인 과테말라까지 갔으나 접전 끝에 패했다. 이 회장 역시 한국에 단 한명뿐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에 따라 이듬해 2월 IOC 위원 자격을 박탈당할 처지에 있었다. 이른바 '원 포인트' 사면 이후 1년 7개월 만인 2011년 7월, 평창은 삼수 끝에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1년 7월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직후 이명박(오른쪽) 전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1년 7월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직후 이명박(오른쪽) 전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 전 대통령 측 역시 "이 회장의 사면과 이 전 대통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8일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의 미국 소송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이 사안을 이건희 회장의 사면과 연결시키는 건 악의적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의 한 관계자는 “소송 비용 대납 문제는 김백준 전 비서관이 자기 선에서 스스로 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전 비서관은 다스는 물론 금융업체 LKe뱅크와 BBK 간의 각종 소송에 대리인 격으로 참여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